현대모비스가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연간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중소 협력업체와의 거래 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결제해 주기로 결정했다. 협력업체들의 현금 흐름 개선에 도움을 주고 상생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는 1000여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한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을 20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을 적용받는 1차 협력업체들이 2차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가급적 납품 대금을 현금으로 정산해 주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현금 결제 혜택이 수천 개에 이르는 2차 및 3차 납품업체에 파급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는 지금까지 중소 협력업체 부품 대금의 주간 누계액이 1000만원 미만인 경우에 한해서만 현금으로 지급했고 그 이상 금액에 대해서는 60일짜리 전자 어음을 통해 결제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60일짜리 어음을 현금으로 즉각 결제해 줄 경우 중소 협력업체들은 현금 흐름이 좋아지는 것 외에도 연간 총 100억원 이상의 이자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다만 300여 대기업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120일짜리 전자 어음을 통해 거래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소량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원책도 내놨다. 단종 차량 등을 위한 소량 · 소액 보수용 부품을 제조하는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단순 제조원가 외에 일정 비율까지 생산관리비를 추가 지원키로 했다.

부품 공용화를 확대해 협력업체들이 생산해야 하는 부품 수를 축소하고 연식이 오래된 차량의 보수용 부품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래 수요를 예측해 일괄적으로 대량 구매해 주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운행기간이 길어지고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는 늘어나면서 보수용 부품 품목은 올해 180만여개에서 2015년 350만여개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협력업체들이 생산 · 관리해야 하는 부품 수를 줄여 설비 투자 부담을 덜어 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해외판로 지원,기술 컨설팅,상생협력 자금 조성 등 기존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 실시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자장치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 부품업체를 전략적으로 육성 · 발전시키는 지원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