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절반가량은 남편이나 아내 몰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네 명 중 한 명은 비자금을 만들어서 관리하다가 들킨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전문업체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기혼 직장인 5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소 배우자 몰래 비자금을 만들어 쓰고 있는 직장인이 55.3%에 달했다. 예상외로 여성(58.9%)이 남성(52.2%)보다 비자금 조성에 적극적이었다.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비자금 규모는 1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가 29.5%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만원초과 100만원 이하가 20.5%를 차지했다. 두 명 중 한 명은 부인 몰래 500만원 이하의 비자금을 갖고 있는 셈이다. 1000만원 이상의 비자금을 갖고 있다는 사람도 18.5%에 달해 개인에 따라 비자금 편차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비자금 규모는 나이가 많을수록 커졌다. 20대 직장인의 경우 50만원 이하(25.6%),50만~100만원(33.3%) 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30대 직장인은 100만~500만원 정도라는 응답이 43.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40대부터는 '손'이 급격히 커져 1000만원 이상이라는 응답자가 40대 27.1%,50대는 37.1%에 달했다.

비자금을 만드는 방법은 '월급 외 상여금 · 수당을 활용한다(45.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월급의 일부를 따로 관리(25.5%)하거나,직장생활 외 부업으로 번 돈을 활용한다(21.1%)는 비중이 높았다. 촌지 등 비공식적 수입을 활용한다(4.7%)는 이들도 의외로 꽤 있었다.

이렇게 모인 비자금은 주로 재테크에 활용되고 있었다. 응답자의 54.7%가 저축 · 주식투자 등에 비자금을 쓴다고 했다. 부모님 용돈(13.1%) 골프 등 취미생활(11.7%) 주변인에 대한 선물이나 경조사비(9.7%) 술값(7.7%)으로 쓴다는 응답도 골고루 나왔다. 단 술값으로 쓴다는 응답은 전원 남성에게서 나왔고 여성은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 용돈으로 드린다는 비율도 남성(3.9%) 여성(22.6%) 간 차이가 컸다. 기혼 여성들이 친정에 드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비자금을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자금을 관리하다가 배우자에게 들킨 경험이 있는 김 과장,이 대리는 얼마나 될까. 응답자의 27.2%가 '들켜봤다'고 했다. 남성(36.2%)이 여성(17.8%)보다 치밀하지 못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34.3%)가 50대(28.6%) 30대(26.3%) 20대(20.5%)보다 들킨 적이 많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