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절개술 이른 환자에 적당
◆흔하지만 완화시키기 어려운 목의 통증
전체 인구의 85%가 일생에 한번 심한 경추통을 앓고 22%는 현재 또는 최근 1주 이내에 목이 아팠다는 통계가 있다. 경추통은 40~50대에 많이 나타나는데 좋지 않은 자세로 장시간 컴퓨터나 TV를 보거나 운전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전체 성인의 8% 남짓이 일상적인 목의 통증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추통의 약 70%는 해부학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기능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례다. 충분한 휴식과 약물 · 물리 · 운동치료,보조기(목 칼라) 착용으로 쉽게 호전된다. 그러나 약 30%는 해부 · 조직학적 문제가 있는 경우로 이런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경차단술,감압신경성형술(경막외수술),경피적 수핵성형술,경피적 추간판감압술 등 중재적 치료나 전방 또는 후방으로 경추를 열어 목디스크를 제거하는 전통적인 개방적 수술이 필요하다.
◆새로 등장한 수핵성형술의 방법과 효과
수핵성형술은 문제가 생긴 경추 디스크 부위를 국소 마취한 후 목과 기도 사이의 공간을 통해 지름 0.8㎜의 미세침을 해당 디스크에 꽂는다. 이를 통해 고주파 에너지를 가하면 문제의 디스크에 40~70도의 열이 미치면서 디스크 전체의 부피가 감소하고 돌출한 디스크가 누르고 있던 신경의 압박이 풀리면서 통증이 가시게 된다.
수핵성형술에 쓰이는 고주파는 일종의 플라즈마(이온화된 기체)로 발사 순간 온도가 400도에 달하는 레이저나 과거에 쓰던 고주파와 달리 열에 의해 척추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거의 없다. 특히 플라즈마형 고주파는 디스크 내의 물질(콜라겐 프로테오글리칸 등)을 화학적으로 분해,이 때 나온 가스를 유도 바늘을 통해 밖으로 빼낼 수 있어 편리하다. 또 의사가 사전에 찍은 MRI를 바탕으로 수술할 부위를 파악한 다음 활모양으로 휜 방사선 진단기(C-ARM) 속에 들어간 환자의 척추 상태를 관찰하면서 고주파 발사 지점을 선정하므로 정교한 시술이 가능하다. 디스크 한 곳 시술에 15~20분이 소요되므로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수핵성형술은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2000년 7월 요추부(허리)에서 처음 시행됐다. 국내에선 2년 전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심성은 교수와 건국대병원 신화용 교수 등이 도입해 50여건의 수술이 이뤄졌다. 신 교수는 "최근 경추 수핵성형술을 시행한 7명의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6명에서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 없을 만큼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가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요추부에서의 수핵성형술은 약 60~65%의 환자에서 만족할 만한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으나 경추부에서는 더 뛰어난 80~85%의 치료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신 교수는 "경추는 디스크에 압박당하는 신경근의 크기가 요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수핵성형술로 문제가 되는 디스크의 부피를 일부만 감소시켜도 통증이 쉽게 감소되는 반응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경추부가 요추부보다 미세침을 정밀하게 환부에 도달시킬수 있는 해부학적 특성을 가진 것도 한 이유다.
수핵성형술은 △팔을 따라 흐르는 통증 또는 상지 방사통이 심하고 △MRI 소견상 내재성디스크탈출증(디스크 테두리가 터지지 않았으나 그 안의 수핵이 돌출하기 직전 상태)이거나 경미한 디스크 돌출이 있으며 △2~3개월의 주사요법 및 약물 · 물리치료가 실패했고 △추간판(디스크) 높이가 원래 높이의 50% 이상인 경우에 고려해볼 수 있다. 반면 △MRI 소견상 추간판에 심한 퇴행성 변화가 있거나 △척추 골절이나 종양,중등도 이상의 심한 척추강협착증 등이 있으면 시술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 교수는 "기존 개방적 수술은 성공률이 높으나 긴 수술시간과 회복기간,뼈와 근육의 손상,신경과 혈관의 유착,인접한 추간판에 미치는 만성적인 압박 등을 초래한다"며 "수핵성형술은 시술이 간단하고 합병증이 적으나 우수한 효과를 보이므로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개방적 수술을 하기엔 아직 이른 환자에게 실시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