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개성공단과 관련해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1조원 이상 투입한 기업들을 볼모로 새로운 법규를 수용하지 않으려면 개성공단을 떠나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북한 측이 협상도 무시한 채 이 같은 '일방 협박'을 하고 나섬에 따라 개성공단은 사실상 5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북한 공단 폐쇄 강행하나

북한은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로 임하고 있다.

북측이 보낸 통지문에 '위임에 따라'란 표현이 적시돼 있어 이번 조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일 위원장이 최근 남북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개성 공단의 1인당 임금이 월 280달러 수준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김 위원장은 만일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을 가차 없이 처리하라'는 입장을 피력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앞으로 남측과의 관계를 모두 단절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단지 형식적인 절차를 갖기 위해 남측과 개성공단 관련 사업 계약을 재협약하자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북 · 미 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이 현재 유일한 달러박스다. 북한은 연간 3352만달러(450억여원) 이상의 대규모 외화를 포기해야 한다. 또 북한 근로자 3만8000명은 졸지에 실업자가 된다.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들의 1인당 한달 평균 임금은 60달러고 사회보장비를 포함하면 총 73달러 수준이다. 작년 기준으로 북한은 개촉공단 근로자 임금소득은 3만달러,개성관광 수입 1200만달러,금강산관광 수입 1800만달러 등 약 6200만달러(약 920억원)를 거둬들였다. 이는 북한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입이다.

이런 달러박스를 포기하면서까지 개성공단 폐쇄를 검토하는 것은 3400만달러의 유혹보다는 체제불안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북한이 '계약 무효화'보다는 '규정 개정'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희망적인 분석도 나왔다. 이임동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사무국장은 "정말 우리보고 나가라고 했다면 계약 무효만 말하면 되지 개정이란 표현을 썼겠느냐"며 '최악의 상황'이 왔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대아산 유씨 억류 장기화 불가피

당초 15일로 예상했던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이 불발로 끝난 큰 이유는 북측에 억류된 지 48일째를 맞는 현대아산 유씨가 있다.

정부는 지난 열흘 동안의 접촉에서 이를 본질적 문제로 규정해 유씨를 즉각 석방하거나 회담 의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북측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며 개성공단 기업들의 특혜 재검토만을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대남 통지문에서 북측은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도 (남측이) 그것을 실무접촉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며 남측이 유씨를 이용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맹비난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