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연차 리스트에 오른 현직 검사장까지 소환 조사하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나머지 의혹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민 검사장 외에도 부산 · 경남 지역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다음 주 안으로 잇따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사와 피의자가 후원관계로
민 검사장은 작년 6월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겸 형사부장으로 재직시 '마약퇴치국제협력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박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태광비나 간부로부터 1만달러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민 검사장과 박 전 회장의 인연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박 전 회장은 모델, 탤런트 등과 부산 모호텔 등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수배를 받다 1990년 2월 경찰에 체포돼 구속기소됐었다. 그를 구속기소했던 검사가 1988년부터 3년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재직했던 민 검사장이며 당시 검찰은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었다.
'검사와 피의자'가'검사와 후원자'로 인연을 이어온 셈이다. 검찰은 민 검사장과 동행해 5000달러를 박 전 회장 측으로부터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모 대검 과장도 이날 조사했다.
◆"45만달러 계약금,잔금 확인 필요"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 아파트 계약금으로 지불한 45만달러 외에 다른 자금이 투자된 것은 없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연씨와 거래당사자인 A모씨 및 이 거래를 중간에서 중개한 B모씨 등과 접촉하면서 당시 계약서와 돈이 송금된 통장 사본을 확보 중이다. 홍 기획관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45만달러밖에 없다"면서 "45만달러가 계약금이 아니라 잔금인지 등 의혹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100만달러,20만달러와 함께 40만달러가 미국 뉴저지 아파트 구입 비용인 160만달러를 지불하는 데 전부 쓰였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계약서를 확보한 뒤 권양숙 여사를 소환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라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또 지난 14일 천 회장의 주식 편법 증여 의혹 등과 관련해 천 회장의 자녀 2명을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천 회장을 증여세포탈 및 알선수재 등 혐의로 불러 조사한 뒤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