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전남 영암군 삼호읍 F1(포뮬러원) 경주장 건설공사 현장.1단계 공사부지(185만㎡) 곳곳에선 검은 색의 집수정(集水井) 설치공사가 한창이었다. 매립지이다 보니 집수정을 통해 땅 속 수분을 빨아내야 한다는 게 민명세 감리단장의 설명이다.

민 단장은 "실공정이 52% 완료됐으며,지난달부터 메인 스탠드 등 건축 기초공사에 들어갔다"며 "내년 7월까지 F1 대회를 치르기 위한 모든 공사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0월엔 이곳에서 F1 한국 그랑프리가 열린다. F1은 전 세계 6억명이 시청,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히는 행사다. F1 한국대회 운영법인인 KAVO의 강성철 부장은 "자동차 애호가를 중심으로 경주대회가 국내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빠르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직선구간은 세계 최장 길이

영암의 F1 경주장은 독일 헤르만 틸케가 설계했다.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경주장 디자이너다. 트랙 길이(5.62㎞)는 이탈리아의 몬자서킷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코너 없이 직선이 계속되는 1.25㎞ 구간은 세계 최장이다. F1 경주차(머신)가 최고 시속 350㎞로 달릴 수 있다. 서킷이 바로 옆 영암호의 수변을 마주보는 구조다. 스탠드는 길이 300m,폭 30m,높이 28m 규모다. 4층 높이다. 경주장 주 출입문은 전통 기와지붕 형태로 짓는다. 영암 F1 경주장은 최대 12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F1 머신은 55~60바퀴(총 305㎞)를 돌게 되는데,한 바퀴를 도는 데 보통 1분30초씩 걸린다. 관람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인 셈이다. F1 공식 대회는 금요일에 연습주행,토요일 예선,일요일 결승 등 3일간 일정으로 운영된다.

머신 가격은 대당 100억원 정도다. 머신이 시속 200㎞로 달리다 완전히 멈추는 데 걸리는 시간은 1.9초다. 제로백은 2.4초다. 과도한 속도 경쟁을 막기 위해 배기량을 2400㏄ 이하로 정했다.

◆국내 후원사 누가 될까

F1 대회는 매년 20차례 가까이 열리고 있다. 올해는 지난 3월 호주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중국 바레인 영국 등 17개국이 돌아가며 오는 11월까지 개최한다.

현재 F1 대회를 후원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은 300여 개에 달한다. 국내 업체로는 LG전자가 유일하다. F1 한국 그랑프리를 앞두고 국내 어떤 기업이 F1 후원사로 나설지 관심이다. 현대 · 기아자동차와 금호타이어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직접 F1팀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도요타 르노는 물론 페라리 로터스 등도 강력한 팀을 운영 중이다. GM대우자동차는 국내 경주대회에서 활동 중이다.

F1 대회를 개최하는 데 따른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은 F1의 생산유발 효과가 향후 7년간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꿈의 경주장'을 자동차 놀이터로

KAVO는 영암 F1 경주장을 내년 한국 그랑프리 후에도 계속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내년부터 7년간 의무적으로,그 이후 다시 5년간 선택적으로 F1 한국대회를 치를 수 있는 계약을 국제자동차연맹(FIA)과 맺었다.

작년 11월엔 국제모터스포츠 대회인 F3를 유치했고,경주장 인근에 자동차 연구개발단지와 교육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및 모터바이크 동호회 등에게 문호를 개방,연간 최소 200일 정도를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일반인들도 자신의 차량으로 F1 트랙을 돌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수도권에서 4시간가량 걸리는 거리와 부족한 숙박시설이 걸림돌로 꼽힌다. 전남과 KAVO 측은 셔틀버스 등을 적극 활용하고 주변 관광지와 연계,시설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F1 대회기간 중 크루즈선을 띄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암(전남)=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