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피프티투(52세)? 오 노.락(바위).페이퍼(보).시저(가위)."

늘 도도한 이미지로 연기했던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이 등장하는 미국 유럽 지역의 닌텐도DS 광고다. 닌텐도DS용 두뇌훈련게임 '매일매일DS 두뇌트레이닝'으로 측정한 그녀의 두뇌 나이는 52세.어이없어 하면서 다시 닌텐도DS의 마이크에 대고 가위바위보를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옆집 누나처럼 친근하다.

#2."아키타(아,들어왔다).기코에루?(들리니?) 사가시타 포켓몬 쓰카마에타케도 고칸스루?(찾고 있던 포켓몬스터를 찾았는데 교환할래?) 간샤시테요네(고마워)."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는 하루 종일 방에서 닌텐도DS를 들고 다닌다. 멀리 홋카이도에 사는 친구가 닌텐도DS 무선랜(와이파이)에 접속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교환하자고 조른다. 피카츄랑 포켓몬스터를 바꿔준 친구에게 닌텐도DS 마이크에 대고 고맙다고 인사한다.

#3."눈덩이가 어디 있지? 찾았다. 굴려 굴려~.짜잔! 눈사람 머리가 너무 크잖아."

가을 풍경을 뒤로 하고 야외 벤치에 앉아 닌텐도DS로 '동물의 숲'을 즐기는 탤런트 송혜교의 모습이다. 터치펜으로 화면을 톡톡 건드리며 게임 속 마을을 돌아다니는 귀여운 '혜교' 캐릭터는 마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물고기도 잡는다.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눈덩이를 굴리고 있는 송혜교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폭력성 선정성 같은 게임의 부정적 이미지는 눈녹듯 사라져 버린다.

◆"게임은 즐거운 놀이다"

니콜 키드먼,아오이 유우,송혜교,장동건 등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킨 닌텐도DS 광고들이다. "어라? 니콜 키드먼이 왜 게임기 앞에서 가위바위보를 외치지?"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40~50대.

"아오이 유우가 게임기로 어떻게 다른 친구랑 만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30~40대다. "작은 눈덩이를 큰 눈덩이 위에 올려야 균형 잡힌 눈사람이 돼서 아이템을 받지"라고 탄식한다면 당신은 10~20대가 분명하다. 게임을 아는 정도에 따른 구분이다.

하지만 닌텐도는 이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닌텐도의 '스타 마케팅'은 철저하게 게임에 대한 인식 제고를 목표로 한다. 닌텐도의 타깃은 '게임을 하지 않는 모든 사람'이다. 닌텐도 게임기를 사게 만드는 게 목표지만 궁극적인 것은 아니다.

일단 게임이라는 게 얼마나 즐겁고 유쾌한 놀이인지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게임'하면 떠오르는 총싸움,피투성이 캐릭터,음침한 분위기,선정적인 옷차림 등의 이미지를 깨뜨리는 게 닌텐도의 감성 마케팅 전략이었던 셈이다.

이를 위해 닌텐도는 유명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워 유쾌하게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도 자신처럼 두뇌가 뻗뻗하게 굳어 있고 역시나 게임을 잘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무의식 중에 심어준 건 덤이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은 "다들 오타쿠(특정 분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용 게임을 내놓을 때 닌텐도는 심플하고 독특한 아이디어 제품을 내놓은 것"이라며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소프트한 엔터테인먼트로 게임에 대한 이미지를 바꾼 마케팅이 닌텐도의 강점이다"고 지적했다.

◆파격적인 일반인 모델 기용

'스타'를 통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것이 닌텐도의 1단계 전략이었다면 2단계에선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백인 아이들부터 시작해서 흑인 노인에 이르기까지,그야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게임기'임을 강조한 것.그들은 광고에서 그저 게임을 즐길 뿐이다.

위 홈페이지(wii.com)에는 유럽 한국 일본 호주 미국 등에서 일반인이 자유롭게 위를 즐기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본에선 초창기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의 캐릭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을,미국에선 TV 속 날아가는 원반을 맞히는 '슈퍼 패미컴'을 즐기는 일반인의 모습을,중국에선 닌텐도 발매 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 마치 게임 주인공처럼 자동차,지하철,벽을 딛고 날아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광고로 만들었다.

닌텐도의 마케팅 전략은 일급 비밀이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지만 닌텐도의 광고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일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제품 특징을 강조해 소비자를 웃게 만들자'를 모토로 게임을 즐기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광고 마지막엔 알리려는 게임 소프트웨어의 이름과 '닌텐도' 로고가 등장한다. 경쟁사의 복잡한 게임기처럼 화려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다.

닌텐도의 제품 생김새처럼 심플하게,오로지 재미와 감동을 위한 놀이기구라는 것만을 강조한다. 그래서 일본 비디오게임 시장이 1997년부터 계속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닌텐도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다.

닌텐도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DS의 후속게임기 닌텐도DSi를 내놨다. 두 달 만에 166만대나 팔린 이 신제품은 내달 2일엔 호주,3일 유럽,5일엔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시장과 교감하라"는 야마우치 히로시 회장의 신념이 창의적인 제품 개발로 이어졌고 감성 마케팅이 시장 속의 성공을 떠받쳤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