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에서는 생선회를 무채 위에 올려 손님에게 내놓는다. 생선회 양을 부풀리기 위해 바닥에 무채를 두껍게 깔아 놓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흰 무채는 깔끔한 이미지도 전달하고 푸짐한 느낌도 준다. 하지만 더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생선에는 심장병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EPA(에이코사펜타엔산)와 뇌세포를 활성화시켜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는 DHA(디하이드로초산) 같은 불포화 지방산이 들어 있다.

이들 지방산은 육류 지방에 비해 산화가 빠르고 일단 산화되면 그 순기능이 사라진다. 무채는 이들 지방산의 산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무채에 함유된 비타민 C가 항산화제 구실을 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생선회 수요가 늘면서 생선회와 무채를 같이 먹도록 권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에는 또 디아스타아제라는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생선회의 소화를 돕는 역할도 한다.

무는 생선에서 나오는 물기도 흡수해준다. 무를 밑에 깔지 않고,맨 접시에 회를 담으면 회에서 빠져 나오는 물기 때문에 맛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무의 매운맛(이소치오시아네이트)은 또 항균 및 항염작용을 한다. 서울 중구 태평로의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있는 일식당 '이끼이끼'의 김현우 조리장은 "무는 생선의 수분을 흡수할 뿐 아니라 자체로 살균 성분도 들어 있어 생선회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즘은 무채가 장식품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많은 횟집들이 공장에서 기계로 얇게 썬 무채를 공급받아 그대로 쓰기 때문이다. 무채를 재활용하는 건 금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채의 비타민 C 잔존율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의 젓가락이 오르내려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