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8월28일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는 30여만명의 흑인들이 운집했다. 여기에서 마르틴 루터 킹 목사는 20세기 명연설로 꼽히는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격정적인 연설을 한다.

"내가 겪어야 했던 고난을 내 아이가 겪지 않고,피부색깔 대신 인격으로 평가를 받는 그런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곳 워싱턴시의 흑인들이 돈만 있으면 어느 곳에든 집을 살 수 있고 세를 들 수 있는 그런 꿈입니다. "

그의 소박한 꿈은 계속된다. 흑인에 대한 잔학행위가 없어지고,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노예의 아들과 주인의 아들이 형제처럼 같이 살게 되는 꿈을 얘기한다.

'인종차별이 오죽했으면'하는 한숨을 자아내게 한다. 당시까지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짐 크로(Jim Crow) 정책'이 기승을 부렸다. '평등하나 분리해야 한다(equal but seperate)'는 슬로건 아래,흑인들의 모든 생활에는 차별의 장막이 쳐졌다. 백인 우월주의의 결사대인 KKK의 만행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킹 목사가 연설을 할 당시 겨우 두살배기 사내 아이였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흑인들에 대한 편견은 상당 부분 희석됐다. 미국 언론들이 "유권자들이 오바마에게 표를 던짐으로써 킹 목사의 꿈에 경의를 표했다"는 평가가 그 방증이다.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언한 지 146년 만에,흑인 민권운동이 만천하에 선포된 지 45년 만에 흑인들의 지위가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유색인종들이 전국 각지에서 밤을 새워가며 축제를 벌인 이유를 알 만하다.

오바마는 수세기 동안 떨치지 못했던 인종편견을 극복하고 평등의 꿈을 이뤘지만,이제 그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변화와 희망'을 일궈내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 화급한 경제위기를 수습하는 일이다. 킹 목사 연설의 마지막 '우리는 마침내 자유로워 졌습니다(We are free at last)'라는 대목처럼 오바마의 꿈이 실현될 그날을 기대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