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물류국경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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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석 <관세청장>
신속보다 '안전'…물품보다 '기업' 중심
관세 기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시점
수출입 물류를 관리하는 국제세관 분야에는 "나는 세관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아무도 세관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조크가 있다. 관세와 통관 분야의 국제적 논의를 끌고 가는 세계관세기구(WCO)의 사무총장 미셸 다넷이 한 말이다. 그는 WCO를 10년째 이끌고 있는 관세 국경관리 분야의 거물이다.
세관행정의 기본틀은 1973년에 제정된 '세관절차의 간소화와 조화에 관한 국제협약'이다. 세계 각국은 이 협약을 토대로 신속통관을 통한 국제교역의 촉진과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관세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둬 왔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후 '안전은 신속을 담보할 수 있지만 신속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생각 아래 앞 다퉈 교역안전에 관한 조치들을 내놓았다. 급기야 2005년 세계관세기구는 '무역안전과 원활화 표준규범'을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최근까지 진행되고 있는 수출입 물류 국경관리의 신조류를 보면 대략 네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신속'에서 '안전'으로의 변화가 눈에 띈다. 수출입 물류관리에서 신속과 안전은 동시에 충족하기 어려운 과제다. 1947년 GATT 체제 이후 지금까지 50여년 동안 국제교역에서 최우선 과제는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신속이었다. 이 기조가 지금은 물류흐름이 다소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건강과 사회안전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둘째 '물품'에서 '기업'으로의 변화다. 국경관리의 주 대상이 물품에서 기업관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인증(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이는 국가가 수출입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일정한 기준을 정해두고 이를 충족하는 기업을 인증업체로 지정해 세관검사 생략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두 나라 세관 간에 합의가 되면 이런 혜택을 다른 나라에서도 받을 수 있다.
셋째 '점(點)'에서 '선(線)'으로의 변화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은 물품이나 컨테이너가 출발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이에 따라 특정물품이 어느 항만이나 공항에 있는지,즉 과거와 같은 소재(所在) 중심의 관리에서 이들 물품이 대양과 대륙을 이동하는 경로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동선(動線)에 대한 관리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끝으로 '내(內)'에서 '외(外)'로의 변화다. 세관 영역이 자국 내 세관선에서 상대국 세관선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58개 항만에 자국 세관 직원을 파견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품을 검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 세관선의 확대를 의미한다. 또 지금까지 세관이 수입물품 관리에 치중해 왔다면,앞으로는 수출물품에 대한 관리 역시 중요시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변화는 수입국 세관이 해당물품이 도착하기 전에 그 물품에 관한 정보를 수출국 세관으로부터 미리 받아 위험도를 체크해놓은 다음 물품 도착을 기다리는 '글로벌 싱글 윈도'의 구축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관세국경관리의 기조 변화는 투명성·효율성·예측가능성이 높은 세관행정의 실현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 11대 교역강국으로서,또 국민소득 10만달러 실현을 위해 바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이 같은 국제적 논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빠른 시일내에 관련 제도를 정비해 기반을 마련하고,기업 역시 새로운 환경변화에 맞춰 능동적으로 변신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속보다 '안전'…물품보다 '기업' 중심
관세 기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시점
수출입 물류를 관리하는 국제세관 분야에는 "나는 세관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아무도 세관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조크가 있다. 관세와 통관 분야의 국제적 논의를 끌고 가는 세계관세기구(WCO)의 사무총장 미셸 다넷이 한 말이다. 그는 WCO를 10년째 이끌고 있는 관세 국경관리 분야의 거물이다.
세관행정의 기본틀은 1973년에 제정된 '세관절차의 간소화와 조화에 관한 국제협약'이다. 세계 각국은 이 협약을 토대로 신속통관을 통한 국제교역의 촉진과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관세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둬 왔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후 '안전은 신속을 담보할 수 있지만 신속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생각 아래 앞 다퉈 교역안전에 관한 조치들을 내놓았다. 급기야 2005년 세계관세기구는 '무역안전과 원활화 표준규범'을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최근까지 진행되고 있는 수출입 물류 국경관리의 신조류를 보면 대략 네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신속'에서 '안전'으로의 변화가 눈에 띈다. 수출입 물류관리에서 신속과 안전은 동시에 충족하기 어려운 과제다. 1947년 GATT 체제 이후 지금까지 50여년 동안 국제교역에서 최우선 과제는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신속이었다. 이 기조가 지금은 물류흐름이 다소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건강과 사회안전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둘째 '물품'에서 '기업'으로의 변화다. 국경관리의 주 대상이 물품에서 기업관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인증(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이는 국가가 수출입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일정한 기준을 정해두고 이를 충족하는 기업을 인증업체로 지정해 세관검사 생략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두 나라 세관 간에 합의가 되면 이런 혜택을 다른 나라에서도 받을 수 있다.
셋째 '점(點)'에서 '선(線)'으로의 변화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은 물품이나 컨테이너가 출발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이에 따라 특정물품이 어느 항만이나 공항에 있는지,즉 과거와 같은 소재(所在) 중심의 관리에서 이들 물품이 대양과 대륙을 이동하는 경로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동선(動線)에 대한 관리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끝으로 '내(內)'에서 '외(外)'로의 변화다. 세관 영역이 자국 내 세관선에서 상대국 세관선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58개 항만에 자국 세관 직원을 파견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품을 검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 세관선의 확대를 의미한다. 또 지금까지 세관이 수입물품 관리에 치중해 왔다면,앞으로는 수출물품에 대한 관리 역시 중요시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변화는 수입국 세관이 해당물품이 도착하기 전에 그 물품에 관한 정보를 수출국 세관으로부터 미리 받아 위험도를 체크해놓은 다음 물품 도착을 기다리는 '글로벌 싱글 윈도'의 구축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관세국경관리의 기조 변화는 투명성·효율성·예측가능성이 높은 세관행정의 실현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 11대 교역강국으로서,또 국민소득 10만달러 실현을 위해 바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이 같은 국제적 논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빠른 시일내에 관련 제도를 정비해 기반을 마련하고,기업 역시 새로운 환경변화에 맞춰 능동적으로 변신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