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에 매각될 예정이었던 미국 4위 상업은행 와코비아가 웰스파고로 넘어가게 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서부지역 최대 은행인 웰스파고는 3일 151억달러(주당 7달러)에 와코비아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씨티그룹이 와코비아 은행부문만 21억6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던 발표를 뒤집는 결과다. 웰스파고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와코비아 보통주 1주당 웰스파고 주식 0.1999주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와코비아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주당 7달러라는 인수 가격은 와코비아의 전날 종가인 3.91달러에 비해 80% 가까운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다. 웰스파고는 이와 관련,200억달러 규모의 신주를 발행키로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와코비아 주가는 뉴욕 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 6.52달러까지 치솟았다. 웰스파고 주가도 36.90달러로 4.9% 뛰었다.

웰스파고는 씨티그룹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원 아래 은행 부문만 인수하기로 했던 것과 달리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은행 부문뿐 아니라 증권사인 A G 에드워즈,뮤추얼펀드 계열사인 에버그린까지 포함해 인수키로 했다. 우선주와 고객들의 예금 계좌도 고스란히 인수된다. 앞서 씨티그룹의 인수 제안은 와코비아 은행부문만 인수하면서 3120억달러의 부채 가운데 420억달러의 손실만 흡수하고 나머지 손실은 FDIC가 떠안는 조건이었다. FDIC는 손실을 떠안는 대가로 120억달러 규모의 씨티 우선주와 주식 매입권(워런트)을 갖기로 했었다.

리처드 코바세비치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는 "웰스파고의 와코비아 인수는 은행 부문만 인수하겠다는 씨티의 제안보다 와코비아 주주들에게 훨씬 뛰어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웰스파고는 와코비아를 인수하면 1조4200억달러의 자산과 7870억달러의 예금 계좌를 보유하게 된다. 지점 수도 1만761개로 늘어난다.
웰스파고는 와코비아의 부실을 키운 상품인 옵션 변동모기지(ARM) 상품도 떠안는다. 옵션 ARM은 대출자의 여건에 따라 매월 이자 규모 등 대출 상환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변동금리 상품의 특성상 시장 금리가 높아지면 덩달아 금리가 뛰어 대출자의 부담은 커지고 연체율도 상승하게 된다. 와코비아의 옵션 ARM 보유 규모는 지난 7월 말 현재 1220억달러로 미국 은행 중 가장 많다.

한편 씨티그룹은 "웰스파고의 와코비아 인수는 씨티와 와코비아가 맺은 '배타적 협상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양측의 인수ㆍ합병 (M&A) 중단을 촉구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