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보다 연비 20~30% 좋고 co2 배출 적어
최근들어 엔진 정숙성·승차감도 크게 좋아져


디젤차의 '진가'를 얘기하는 자동차 전문가들이 부쩍 늘었다. 디젤차는 한때 경유값이 휘발유값에 맞먹는 ℓ당 2000원 근처까지 치솟자 '찬밥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지만,그렇게 홀대받을 이유가 없다는 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가솔린차보다 연비가 20~30% 높은 데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어 하이브리드카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저탄소 그린카'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디젤차는 엔진 크기가 같다면 ℓ당 주행거리가 휘발유차보다 줄잡아 3∼4㎞는 더 길다. 그만큼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요즘 나오는 클린디젤 모델은 엔진 소음이나 승차감이 휘발유차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좋아졌다. 다만 휘발유차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해외선 왕대접,국내선 푸대접
유럽은 디젤차의 천국으로 통한다. 경제조사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주요국의 신차 대비 디젤차 등록 비율은 프랑스가 78.3%로 가장 높다. 스페인이 68.9%,이탈리아가 52.5%,독일 45.1%,영국이 43.1%로 그 뒤를 차지하고 있다.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신차 2대 중 1대꼴로 디젤차란 계산이 나온다.

1990년대만 해도 10%에 못 미쳤던 디젤차 비중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유럽 각국 정부의 세제 지원과 자동차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 14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해 탄소배출이 적은 디젤차에 혜택을 주고 있다. 독일은 내년부터 주행거리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g 이내인 차에 한해 자동차세를 면제키로 했다.

미국과 일본도 디젤차 보급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미국은 내년부터 클린디젤차를 친환경차로 분류해 세제 등 각종 혜택을 준다. 일본도 내년 상반기부터 클린디젤차 구입 고객에게 대당 145만~193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한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오는 18일 일본에서 6년 만에 처음으로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엑스 트레일'을 출시한다.

국내에선 디젤차 보급이 여전히 더디다. 국산 디젤차의 신규등록 비중은 2004년 35.6%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05년 27.9%,2006년 25.6%,2007년 24.1%로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상반기 디젤차 신규등록 비중은 18.70%로 유럽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연비·힘은 ↑, 탄소배출은 ↓
전 세계적으로 디젤차 보급이 확대된 건 '디젤차=소음·매연의 주범'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기술개발을 통해 허물어진 데 따른 것이다. 커먼레일,터보차저 등 디젤엔진의 연비효율을 높이는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디젤차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됐던 소음과 매연 문제가 거의 해소됐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푸조 등 유럽 메이커들은 연비를 더욱 높이고 소음과 매연,진동을 줄인 클린디젤 신차(초고효율 디젤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청정 자동차인 전기차,수소차로 가는 과도기의 유력한 대안이 클린디젤차라고 강조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논란거리가 됐던 미세먼지 배출량도 휘발유 차량 등에 비해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최근 '국제 미세먼지 심포지엄'에서 "매연정화장치(DPF)를 단 쏘나타급 경유차량과 LPG,휘발유차를 비교 실험한 결과 디젤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다른 연료 차량과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디젤차의 최대 강점은 연비와 힘이 좋으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점이다. 디젤엔진은 점화플러그에 불을 붙여 폭발을 일으키는 가솔린엔진과 달리 고온·고압 상태에서 연료가 자동으로 폭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토크(엔진이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가 높다. 그만큼 실린더 내부 공기를 압축하는 힘이 좋아 기름이 연소될 때 찌꺼기가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연히 연료 소모는 적고 연비효율은 높아진다. 디젤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도 완전연소가 잘 되는 덕분이다.

디젤차의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친환경차의 대명사로 통하는 하이브리드카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아반떼 1.6 디젤수동'은 연비가 ℓ당 21.0㎞에 달해 '베르나 1.4 하이브리드'(19.8㎞/ℓ)보다 높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아반떼 디젤이 129g/㎞로 베르나 하이브리드(118g/㎞)보다 11g 많다. 연간 예상 연료비는 아반떼 디젤이 128만6667원으로 베르나 하이브리드(139만4198원)보다 적게 들어 경제적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차값이 흠
디젤차 가격은 현재 가솔린차에 비해 200만∼500만원가량 비싸다. 내구성이 중요한 엔진 특성상 제조원가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디젤차보다 휘발유차를 선호하는 주된 요인이다. 최근 가솔린 SUV 모델이 예상보다 많이 팔린 이유도 경유값 급등에다 2000만원대 이상의 SUV를 1800만∼1900만원에 살 수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 디젤차는 초기 구입비가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론 유지비 등에서 더 유리할 뿐 아니라 탄소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에 따라 클린디젤차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자동차세를 차량 크기나 배기량에 상관없이 주행거리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바꾸는 등 세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디젤차는 연비,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여러 측면에서 친환경 자동차로 손색이 없다"며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클린디젤 개발과 판매에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한국도 디젤차에 물리는 환경부담금 등을 조속히 폐지하고 세제 혜택,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내수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