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인 집회나 시위는 보호해야 하지만 어떤 시위이든지 사전 허가된 시간과 지역을 벗어나는 건 곤란합니다. "

헌법재판소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주최하고 있는 '세계 헌법재판소장 회의'에 미국 대표로 참석 중인 다이앤 우드 미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경우든 '폴리스 라인(police line)'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법질서 의식이 높아질수록 국가의 경제적 경쟁력도 더욱 강화되는 게 역사적 경험인 만큼 정부나 시위참여자들 모두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우드 판사는 "미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한국에서 촛불시위가 계속됐다는 걸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며 "어떤 사안이든간에 정부는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고 시위대는 사전에 약속된 시간과 장소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모든 시위나 집회는 시간과 장소 방법 내용까지 사전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벗어나면 경찰이 용인하지 않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시위대가 폴리스 라인 안에 있을 때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 미국에 확립된 시위문화"라며 "한때 심했던 이라크전 반대시위도 이 범주에서 벗어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드 판사는 이어 "미국에서도 반전시위가 극심했던 1960년대를 거치면서 사전에 약속된 범위 안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한 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시위대와 일반 시민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깨달았으며 일반 시민도 시위대의 시위를 어느 수준에서 용인해야 하는지 체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평화적인 집회나 시위는 최대한 보장하되 용인된 범위를 벗어나는 시위대에 대해서는 강력대응하는 전통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시위대가 미국 국기를 불태울 경우 처벌하는 관행도 이때 확립됐다는 것.그는 "당국이 사안이나 구미에 따라 원칙없이 집회를 허가하거나 불허하는 것은 문제"라며 "평화적인 시위는 모두 보장하는 것이 합당하며 집회에 대한 판단은 시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몇년 전 시카고 인근에 있는 스코키라는 지역에서 독일 나치주의 부활을 주장하는 정당의 거리 퍼레이드가 열렸는데,경찰은 이 퍼레이드를 철저히 보호했지만 시민이 거들떠보지도 않음으로써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우드 판사는 판ㆍ검사가 대형 로펌으로 이적하는 것을 정부가 제어하려는 움직임과 관련,"미국에서는 변호사와 검사ㆍ판사가 회전문처럼 돌고 돌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판사나 검사ㆍ변호사가 지켜야 할 의무를 엄격히 규정함으로써 이해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판ㆍ검사로 임용될 경우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발설하지 않아야 하고 매년 재산상태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이를 어길 경우 상당한 제재가 따른다고 소개했다.

우드 판사는 1975년 텍사스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줄곧 연방항소법원에서 근무해 왔으며 연방 대법원의 유력한 차기 대법관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