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10일 최근 증시의 상황이 지난 3월 중순 반등 무렵과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반등의 강도는 그때에 비해 미미할 것이라며 반등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급락으로 인한 지수의 과매도권 진입, 원자재 가격의 조정, 연준의 개입에 따른 금융주의 반등, 그리고 주식시장의 반등으로 이어졌던 지난 3월 중순의 반등 시나리오를 기억하는 투자자라면 지난 9일 유사하게 조성된 분위기 속에서 우리 증시의 반등을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신용위기 우려 등 과거부터 이어온 주가 조정 원인에, 설상가상으로 원자재발 인플레이션마저 지표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라는 모르핀 효과가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원자재가격의 상승 부담이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기 시작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성장을 희생해야 하는 국면이라 오히려 각국의 긴축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리스크뿐만 아니라 여러 구조적인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날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의 발언 역시 반등을 이끄는 특효약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의 경우, 지난 1월과 3월에는 구미권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부족과 신용경색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유동성 확보 외에도 인플레 우려 고조에 따른 이마징마켓의 높은 성장성 둔화를 걱정하는 외국인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3월과 달리 우리 증시의 반등 시도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악재로 이 애널리스트는 우리 정부의 강도 높은 긴축정책과 그에 대한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들었다.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유동성 억제와 인위적인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섰는데, 이는 시장의 예측 가능 범위를 벗어나게 해 오히려 금융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키운다고 봤다.

경상수지 적자 지속, 외국인의 주식투자 자금 이탈, 단기 외채의 급격한 증가 등 원화 약세를 가져올 요인이 상존해 있는 상황 하에서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지속될 경우 외환 보유액 손실 및 투기 세력만 불러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특히 환율의 급락은 지난 4~5월의 반등을 이끌었던 수출주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주도주의 공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실적추정치의 하향 조정도 걱정되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했다.

지난 3월 저점을 통과한 후 나타난 4~5월의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강세)에서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상치를 상회했던 1분기 실적 효과가 컸지만,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현 국면에서는 기업의 감익(減益)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 애널리스트는 “밸류에이션상이나 기술적 지표상에서 현 재수대가 과매도권이긴 하지만, 과대 낙폭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점 외에는 추세적 상승을 기대할만한 요인이 별로 없다”면서 “최근에는 지수 급락에 따른 투매와 공포심리가 시장을 억누르고 있어, 연속성을 띤 강한 반등이 나오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의 센티멘트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