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하거나 영전한 사람에게 십중팔구는 난을 보낸다.

다른 관상용 식물이나 축하 선물거리가 많은데 유독 난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유교 문화의 영향이 크다.

선비의 절개.지조를 상징하는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하나로 난을 귀하게 여겨온 때문.난 선물의 전통은 국내에서 난이 처음 재배된 시기로 추정되는 고려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말 학자 익제 이제현의 저서 <역옹패설>에는 '어떤 사람이 난초를 화분에 심어서 선물로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김남욱 한국난문화협회 사무부총장은 "난은 사군자 중 유일하게 꽃,향,잎과 줄기의 선까지 모두 갖춰 으뜸으로 여겨졌고 화분에 심기도 적당해 예로부터 귀하고 품격 높은 선물로 인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진.영전한 사람에게 난을 보내는 것은 직위 상승과 환경 변화로 인해 찾아올지 모르는 사악한 것을 쫓아내고 맡은 직위에서 고고한 향기를 내며 주위 사람을 덕화시키기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난의 특성과 상품성도 사무실에 보내는 선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30여년간 선물용 난을 취급해온 홍종욱 화랑농원 사장은 "난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창가 등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면 다른 화초보다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난이 귀하고 가격도 비싸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홍 사장은 "선물용 난이 대중화된 것은 배양기술이 발달해 난이 양산되고 대만 등지에서 보세란(報歲蘭) 등이 대량 수입돼 가격이 싸진 1990년대 이후"라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