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훈 <인천대교수·경제학>


수도권에 한강수계의 물값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인천시가 수자원공사의 요금징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당 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하거나 댐 용수비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우리나라의 수자원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하는 공기업이다.

댐도 짓고,수력발전도 하는 등의 일을 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들 지자체가 한강물을 취수하는데 왜 수자원공사에 댐 용수비를 계속 내야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게 상당히 부당하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팔당댐을 쌓았고,이 댐을 거쳐서 한강물로 흘러가는 물을 취수하면 t당 48원 정도를 낸다.

댐에서 취수하는 것이 아니라 댐에서 방류한 후에 하류에서 취수하는 경우에도 지불해야 한다.

자연하천에서 물의 통행세를 받는 것과 같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돈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댐 용수가 1년에 50억t에 이르기 때문에 모두 합하면 연간 2000억원을 상회한다.

강에 댐을 쌓았으니 강물이 모두 내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앞으로 영원히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댐을 건설할 때 이 목적의 비용이 어느 정도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팔당댐을 건설할 때 댐 건설비 가운데 이 부분은 '생활용수를 위한 건설비'로 책정돼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수요자로부터 댐 용수비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명목으로 책정된 액수는 총 1648억원인데 지금까지 무려 8000억원이 넘는 돈을 거두었다.

소요된 비용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앞으로도 계속 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의 반발은 근거가 있다.

이 돈을 계속 거두는 것이 상당히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속된 것은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가 수자원을 보호하고 개발하는데 사용해 국민경제에 도움이 돼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수자원공사가 과다하게 얻은 이익은 또 다른 비합리적 사업을 추진하느라 사용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수자원공사가 1970년대 이후로 벌여오고 있는 광역상수도 사업이다.

각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지방 상수도 사업을 대신해 광역상수도를 확대해왔다.

지방상수도가 이미 있고,보급률이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광역상수도에 무리하게 투자한 것이다.

그 결과는 중복투자와 낮은 가동률로 나타난다.

가동률이 겨우 48%다.

시설의 반 이상이 놀고 있다.

광역상수도의 가동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수요를 과대 계상해 무리하게 시설용량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공기업의 비효율적 투자사례다.

시장 경쟁 체제하에 있는 민간 기업이라면 어림 없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거액을 투자해 정수장을 건립했는데 그 가동률이 수년째 50%를 밑돌면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

우선 투자한 돈이 소중한 내 돈이라는 의식이 없고,거침없이 사업을 벌여야 공기업의 구성원들이 승진도 하고 여러 기회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런 어이 없는 행태의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한강물 값 받아서 이런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자원을 관리하는 물산업은 국민생활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는 중요한 기간산업이다.

공기업과 지자체가 장악하고 있는 이 산업은 지금까지 늘 경쟁이나 구조개편과는 무관했으며 변화의 무풍지대로 남아있다.

불합리한 관행과 비효율이 판을 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제한된 수자원을 잘 관리해야 하고 품질 높은 물을 원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변화의 물꼬를 트고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