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K첩보요원.2년 전 서울 용산역 근처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렀다가 주인으로부터 '한 건'을 건졌다.

한강로 일대가 국제업무단지로 지정될 것이란 개발호재를 타고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전문업자들이 허름한 단독주택을 사들여 허문 뒤 오피스텔을 지어 주거용 원룸으로 불법 용도변경해 투자자들에게 분양하고 있었다.

아파트 입주권이 나온다는 건축업자나 중개업자의 말에 솔깃해 투자자들은 3.3㎡당 5000만원 이상을 주고 너도나도 사재기에 열심이었다.

K씨는 첩보보고서를 만들어 내부에 보고했다.

'서울 용산 일대에 '지분쪼개기'가 성행하고 있어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는 관할 서울서부지검에 이첩됐다.

검찰은 '지분 쪼개기'를 한 업자를 몇 명 찾아내 건축법상 불법용도변경을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2년 전 국정원과 검찰까지 나서 '지분 쪼개기' 단속에 나섰지만 지금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수요가 많은 도심의 재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서울의 용산과 마포,성동구 등 뉴타운과 재개발 후보지역에선 지분쪼개기용 공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업자들은 규제책이 7월 말부터 시행되는 서울을 피해 수도권과 지방으로 대상지역을 옮기고 있다.

"지분쪼개기 업자들은 도사예요.

규제망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떼돈을 버는 것 같아요."

서울시내의 한 구청장은 '지분 쪼개기'업자들이 1,2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놓았다가 재개발 소문이 돌면 뚱땅뚱땅 지분을 쪼개 다세대주택을 짓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시중에는 '지분 쪼개기'로 몇십억원씩 벌었다는 말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중에는 현역 국회의원까지 끼어 있다는 소문까지 떠돌고 있다.

'지분 쪼개기'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원래 다세대주택은 소형 주택을 서민에게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많다.

그렇더라도 재개발 예정지에서 재개발 아파트의 입주권을 노리고 한 채에 60㎡ 이하의 다세대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것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

해당지역의 건축노후비율이 떨어지고 재개발 조합원 수가 불어나 재개발사업이 지연되거나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

최근 인천 용현ㆍ학익지구와 서울 동대문 전농1동에서 벌어진 도심재개발 사업중단과 지분쪼개기 공사중지 사태 등이 비근한 예다.

행정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관련 조례를 고치겠다고 발표하고 국토해양부는 법률로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에서 규제를 하겠다고 해봤자 지분쪼개기 전문업자들은 속으로 웃고 있어요.

전국에 먹잇감이 널려 있기 때문이죠."

한 부동산전문가는 재개발지역에서 '지분 쪼개기'와 조합원 간 갈등,시공사 선정 과열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주민이 조합을 결성,재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개발이익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유럽이나 미국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재개발지역의 집과 땅을 수용해서 추진하는 '공영개발'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구학 건설부동산부 부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