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센터에서 나눠주는 휴대용 가방엔 'LG'라는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찍혀 있었다.
전시장 안에 들어서자 입구 양쪽에 떡하니 자리잡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확 눈길을 잡아 끌었다.
삼성의 전시공간은 985㎡(298평).1200여개 전시업체중 최대다.
달리는 자동차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한 '와이맥스' 서비스의 시연이 한창인가 하면,처음 선보인 '세컨드라이프'를 탑재한 휴대폰 시연코너에도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929㎡(281평)의 전시장을 차지한 LG전자도 마찬가지.4세대 이동통신 표준인 'LTE(Long Term Evolution)'의 시연코너 등이 참관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삼성과 LG 못지않게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인 노키아 전시장도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이에 비해 북미시장 점유율 1위업체인 모토로라의 전시장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겨우 찾아낸 모토로라의 전시장은 668㎡(202평)로 비교적 널찍했지만 한눈에 봐도 산만했다.
삼성 LG 노키아에 비하면 조잡하기까지 했다.
3세대 휴대폰인 '모토(MOTO) Z9'등을 선보이고는 있지만 이를 설명하는 직원들의 열정은 한참 떨어졌다.
모토로라는 '휴대폰의 원조'다.
1983년 처음 휴대폰을 선보인 뒤 1998년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았다.
이후 노키아에 1위 자리를 내주더니만 작년엔 삼성에 2위자리마저 빼앗겼다.
4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하는 수모를 겪다가 결국 휴대폰과 통신장비사업을 분사키로 결정했다.
작년에만 7500여명의 직원을 줄인 데 이어 올해도 2600명을 추가 감축키로 했다.
모토로라가 몰락한 원인은 여러가지다.
그중 하나가 현실 안주다.
소비자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다.
한층 초라해 보이는 모토로라 전시장을 보면서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라스베이거스=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