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 회사의 채용 공고문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직장인의 천국을 구현하는 한미파슨스'란 헤드 카피(Head Copy) 중 '천국'이란 단어가 자극적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이 헤드 카피는 필자가 직접 고른 것이었는데,검토 단계에서 실무자들도 표현을 순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하지만 몇 차례 논의 끝에 나는 '천국'이란 표현을 그대로 쓰기로 결심했다.무엇보다도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회사의 지향점과 비전을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필자가 '천국'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은 15년 전이다.당시 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最高) 빌딩의 지위를 누렸던 말레이시아의 KLCC 현장 소장으로 재직 중이었다.KLCC는 2개의 타워로 구성된 쌍둥이 빌딩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필자가 몸담고 있던 우리나라 회사가,다른 하나는 일본 건설업체가 맡아 기술력과 준공 일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이 때문에 가정사에는 거의 신경을 못 쓰는 상황이었다.그런 가운데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두 아이가 모두 학교에 가고 싶어 안달하며 방학이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게 아닌가.납득이 되질 않아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학교에 가면 재미있다"는 것이었다.다른 집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의 '유쾌한 충격'이 필자의 경영 철학과 목표가 됐다.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어 안달하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 것이다.이 지향점에 다가가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바로 '훌륭한 일터(GWP) 만들기 운동'이다.GWP의 취지는 조직 내에 신뢰와 자부심,재미가 넘치도록 해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호 관계의 질을 높이려는 것이다.이 때문에 필자 회사의 경영 원칙은 다른 회사와는 다소 다르다.모든 경영 현안의 최우선 순위를 내부 구성원들에게 둔다.새로운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서도 과연 우리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또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판단의 잣대로 삼는다.직장 생활이 가정보다도 안락하고,가족들과 지내는 것보다 재미있고 보람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주인 의식이 생기고 고객을 대하는 태도도 진솔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천국'을 만드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필자는 잘 안다.지난날의 시행착오도 있었고,앞으로 갈 길도 멀다.하지만 '구두선(口頭禪)이 아닌 진정한 직장인의 천국'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