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그동안 가장 선호해 왔던 국민은행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최대주주가 외국계 펀드에서 국내 국민연금으로 바뀌는 등 지분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 같은 행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여파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단기적 움직임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있지만,국내 은행대표주인 국민은행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떠나는 외국인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최대주주인 유로-퍼시픽 성장펀드는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모두 674만8250주를 장내 매도했다.

유로-퍼시픽 성장펀드는 미국의 대형 투자사인 캐피털리서치앤매니지먼트컴퍼니(CRMC)가 운용하는 펀드 중 하나다.

이로써 유로-퍼시픽 성장펀드의 지분율은 당초 5.46%에서 3.46%로 낮아졌으며 2대주주이던 국민연금(지분율 4.4%)이 1대주주로 올라섰다.

다른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외국인들은 올초 나흘간 국민은행을 순매수했지만 그 이후 순매도로 일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6월 85.5%까지 올라갔던 외국인 지분율은 줄곧 하락세를 그려 지난달 24일엔 79.88%를 기록,80%대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현재는 78.29%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80%를 밑돈 것은 2005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국민은행의 주가는 2007년6월 8만9000원(액면가 5000원)까지 치솟은 뒤 하반기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하락곡선을 그려 지금은 5만900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메리츠증권 임일성 금융팀장은 "국민은행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소폭 늘어나는 등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향후 전망에서 예전처럼 업계 1위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기업금융 등을 통해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지만 외환은행 등의 M&A(인수.합병)가 불투명해 수익성 개선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은행의 보험업 겸업을 허용하는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정부와 국회가 막판 철회한 것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한 국민은행에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과도기적 변동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김주원 연구원은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해외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며 국민은행의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게 된 것"이라며 "시장만 안정을 찾으면 외국인은 다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지주.우리금융은 매수

반면 국민은행과 달리 악재가 표면화된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 등에 대해선 외국인들이 매수에 나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19일부터 3일 연속 하나금융 주식을 100만주 가량 순매수했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18일 하나은행과 옛 서울은행의 합병이 법인세법이 허용되지 않는 역합병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하나은행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매입을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우리금융지주 주식도 최근 5일간 60여만주 순매수했다.

우리은행이 삼성그룹의 차명계좌 개설과정에서 금융감독당국의 경고를 받았지만 지속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양사 모두 M&A 이슈가 외국인 매수세를 당기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1조5000억원의 세금을 낼 경우 M&A를 통해 선두권으로 성장해갈 여력이 크게 줄어 오히려 합병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우리금융지주도 외국인들은 새 정부 출범 후 민영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판단,일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용준/임상택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