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俊基 <웅진코웨이 사장 jkhong@coway.co.kr>

첫눈과 함께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며칠 후면 강물은 얼어붙게 될 것이고,물은 얼음 아래로 모습을 감출 것이다.겨울은 이렇게 물을 감춘다.친한 친구들을 만나면,대뜸 나에게 '물 장사'는 잘 되느냐고 웃으며 묻는다.

함경도 북청 물장수는 자식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새벽마다 물을 길어다 팔았다.그'물장사'의 명맥을 정수기 회사들이 이어가고 있음 직한데,친구들의 말에 묻어 나오는 물을 깔보는 태도는 내심 유감이다.그래서 물이 숨는 계절인 겨울을 맞이해 물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물의 도를 전할까 한다.물의 도를 아십니까?

무위자연으로 유명한 노자의 철학은 한마디로 '물의 철학'이다.노자는 물이 최고의 선이라고 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화두로 삼았다.노자는 물의 성정을 군자가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물을 담기 위해 일생을 노력했다.노자가 말한 물의 덕목을 지금 우리 세태에 새길 만해 옮겨본다.

노자의 '상선약수'는 물의 세 가지 덕목을 말한다.첫째,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우리 몸의 80%가 물로 이루어졌고,하루에 물 석 잔만 마셔도 무병장수한다는 예를 들지 않더라도 물이 모든 것에 이롭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둘째,물은 다투지 않는다.물은 여러 방향으로 흐르면서도 내가 잘나고 네가 못났다며 다투지 않는다.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서로 으르렁대며 누가 더 많은 피를 흘리는지 싸우는 작금의 대선정국과 외고 부정입시 사건으로 또 한번 드러낸 경쟁 일변도의 우리 교육 환경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물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가장 낮은 곳에서 자신을 낮추는 것이 바로 물이 최고의 선이 되는 이유이다.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언제나 가장 낮은 곳을 향하는 것이 물이다.물을 감추는 계절이라,물의 기운까지 사라지는 걸까.

이번 겨울에는 싸우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반면,자기를 낮추는 이는 찾기 힘들다.이런 때에 우리는 다시 물을 생각하며 물의 도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연탄재로 우리 삶을 경계하고자 한 안도현의 시를 떠올려본다."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필자 역시 물로써 우리의 삶을 경계하고자 시인의 허락 없이 잠시 시를 빌린다. "물 함부로 대하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이롭고 낮은 사람이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