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곤색 바지와 미색 셔츠에 노랑과 검정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그 위로는 베이지색 니트를 입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메르세데스벤츠 서비스센터에서 만난 스테판 하우젠 마이바흐 서비스 엑스퍼트(Service Expert)는 이렇듯 '자동차 정비사'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을 뒤집어놓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가 하는 일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독일 다임러 산하 최고급 승용차 브랜드인 '마이바흐'의 차량을 점검하고 고장난 부분을 수리하는 것.이번에는 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약 2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20여 대의 마이바흐 차량을 무상으로 점검하고 돌아갔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일 줄 알았다는 말을 건네자 "마이바흐와 같은 고급 차를 돌보고 고치는 사람이라면 복장과 행동에서도 그에 걸맞은 품위를 갖춰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마이바흐는 국내 판매 가격이 6억~8억원에 이르고 연간 판매 대수가 10대 남짓한 최고급 명차.우리나라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마이바흐 62 모델을 타고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진 브랜드다.

하우젠씨는 "고객이 우리의 차를 이용하는 동안에는 항상 최고의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마이바흐의 서비스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좋은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판매 당시의 높은 품질이 계속 유지되게끔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마이바흐는 2002년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최소 10년 이상의 교육 및 실무 경력을 갖춘 12명의 전문가로 팀을 구성,세계 각지의 마이바흐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 차량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나이 28세에 불과한 하우젠씨도 다임러에서 3년간의 정비 기술 교육과 6년간의 마스터(장인) 과정을 거친 뒤 이 팀에 창설 멤버로 합류했다.

하우젠씨는 "12명의 전문가들은 마이바흐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고 생산과 조립의 전 과정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며 "컴퓨터 진단 장비로도 검색되지 않는 차량의 문제점을 직감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방문해 서비스 활동을 한 국가는 34개국.한국은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이었다.

한 번 출장 갈 때마다 1~2주씩 머물면서 20~30대의 마이바흐 차량을 점검하고 수리한다.

1년 중 해외 출장을 나가 있는 기간이 220일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마이바흐 고객들은 '전 세계를 날아다니면서 고장난 자동차를 수리한다'는 의미로 'Fly in Doctor'라는 애칭을 붙여 줬다.

그는 "고객이 요청하는 대로 1 대 1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마이바흐가 최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