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9년부터 사법고시 합격자 수를 연차적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사법고시 준비생들과 법대 진학을 노리고 있는 수험생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들 수험생들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2009년 개원하더라도 2013년까지는 기존 사법고시를 통해 현재 정원을 그대로 뽑을 것으로 보고 사법고시와 법대 진학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사법고시 합격자 수 감축이라는 변수가 생김에 따라 상당수 수험생들이 로스쿨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줄어들면 경쟁도 치열해져 사법고시 커트라인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올해 대입에서 법대 커트라인이 낮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방침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서울 신림동 고시촌이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김정남씨(26)는 "고시생들 대부분이 2009년이라는 '데드라인'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며 "사법고시 준비를 막 시작한 대학 1~2학년 후배 중 상당수가 계속 공부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이나 졸업생은 학점 등에서 로스쿨이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합격문이 좁아져도 고시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 답답해 한다"고 덧붙였다.

사법고시 전문학원들의 구조조정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림동 소재 사법고시전문학원의 한 관계자는 "사법고시 합격자를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발표로 로스쿨 대비학원으로의 전환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며 "새로 사법고시를 시작하는 고시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2008학년도 대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법대의 커트라인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줄어들어 커트라인이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법대를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이번 조치로 법대의 메리트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대학 법대의 커트라인이 예년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조인을 지망하는 고3 수험생들은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두고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