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잡기' 백약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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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의 유동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리고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돈줄을 계속 조이는데도 거침없이 늘고 있다.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파생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것에 더해 금융자산을 담보로 또다시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가 계속 일어나면서 통화당국의 잇따른 긴축 조치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화폐 발행 잔액은 올 6월 말 현재 26조995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474억원(3%) 줄었다.
한은이 콜금리 인상과 지급준비율 상향 조정,총액대출한도 축소 등으로 시중자금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의 유동성(L)은 지난해 말 1838조9651억원에서 올 6월 말 1949조5129억원으로 무려 110조5478억원(6%)이나 증가했다.
증가율로 보면 지난 6월 12.7%(전년 동월비)로 2003년 2월(12.9%) 이후 가장 높았다.
광의 유동성이란 협의 통화(M1·현금+결제성 예금)에다 정기예금과 적금,시장형 금융상품,금융기관 예치금,정부와 기업 등이 발행한 채권 등 유동성 상품을 모두 합친 개념이다.
현금과 요구불예금의 경우 지난 상반기 중 7조7000억원 줄었고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은 55조9000억원이나 감소했다.
하지만 주식형 수익증권을 포함한 '2년 미만 금융상품'은 상반기 중 118조5000억원 늘었다.
예금통장에서 빠져 나온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이 금융상품에 몰린 것은 '금융상품을 담보로 제공한 뒤 또다시 금융상품을 매입하는 레버리지 효과'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적자 재정 편성으로 인해 국고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정부도 유동성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협의 통화(M1)는 1년 전보다 9.3% 줄었지만 광의 유동성이 1년 전에 비해 12.7%나 늘어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로 인해 광의 유동성에서 M1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20.2%에서 올 6월 말 15.8%로 급락했다. 이는 민간의 신용 창출이 그만큼 급증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이는 민간 부문의 신용 창출이 외부 충격으로 멈추거나 아예 방향을 바꿀 경우 신용 경색이 발생하고 자산가격 폭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 위험이 한번 발생하고 나면 시중에 돈이 늘어도 유동성은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예컨대 외환위기 이후 경제 회복이 본격화했던 1999년 M1 증가율(전년 대비)은 40.2%였지만 당시 광의 유동성은 9.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외화 차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다 민간 부문에서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최근 유동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자산 버블이 만들어지고 언젠가 버블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승윤/박성완 기자 hyunsy@hankyung.com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리고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돈줄을 계속 조이는데도 거침없이 늘고 있다.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파생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것에 더해 금융자산을 담보로 또다시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가 계속 일어나면서 통화당국의 잇따른 긴축 조치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화폐 발행 잔액은 올 6월 말 현재 26조995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474억원(3%) 줄었다.
한은이 콜금리 인상과 지급준비율 상향 조정,총액대출한도 축소 등으로 시중자금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의 유동성(L)은 지난해 말 1838조9651억원에서 올 6월 말 1949조5129억원으로 무려 110조5478억원(6%)이나 증가했다.
증가율로 보면 지난 6월 12.7%(전년 동월비)로 2003년 2월(12.9%) 이후 가장 높았다.
광의 유동성이란 협의 통화(M1·현금+결제성 예금)에다 정기예금과 적금,시장형 금융상품,금융기관 예치금,정부와 기업 등이 발행한 채권 등 유동성 상품을 모두 합친 개념이다.
현금과 요구불예금의 경우 지난 상반기 중 7조7000억원 줄었고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은 55조9000억원이나 감소했다.
하지만 주식형 수익증권을 포함한 '2년 미만 금융상품'은 상반기 중 118조5000억원 늘었다.
예금통장에서 빠져 나온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이 금융상품에 몰린 것은 '금융상품을 담보로 제공한 뒤 또다시 금융상품을 매입하는 레버리지 효과'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적자 재정 편성으로 인해 국고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정부도 유동성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협의 통화(M1)는 1년 전보다 9.3% 줄었지만 광의 유동성이 1년 전에 비해 12.7%나 늘어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로 인해 광의 유동성에서 M1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20.2%에서 올 6월 말 15.8%로 급락했다. 이는 민간의 신용 창출이 그만큼 급증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이는 민간 부문의 신용 창출이 외부 충격으로 멈추거나 아예 방향을 바꿀 경우 신용 경색이 발생하고 자산가격 폭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 위험이 한번 발생하고 나면 시중에 돈이 늘어도 유동성은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예컨대 외환위기 이후 경제 회복이 본격화했던 1999년 M1 증가율(전년 대비)은 40.2%였지만 당시 광의 유동성은 9.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외화 차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다 민간 부문에서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최근 유동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자산 버블이 만들어지고 언젠가 버블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승윤/박성완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