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1명 아프간서 탈레반에 납치

아프가니스탄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한국인 21명(추정)을 인질로 잡고 한국군 즉각 철수를 요구한 20일 밤,외교통상부는 아프간 정부를 통해 탈레반과 교섭을 시도하는 한편 조중표 제1차관을 본부장으로하는 긴급 철야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에서 다양한 신호가 오고 있어 외신에서 밝힌 내용이 그들의 요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피랍 한국인들은 카불 남부 가즈니주에서 일정 거리 떨어진 곳에 구금돼있으며 안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정부합동 대응팀 파견키로

스판타 아프간 외교장관은 이날 송민순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특별대책반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정부는 이른 시일 내 대사급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키로 하고 미국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아프간 대사관에 현장 지휘본부를 설치했다.

피랍자 중 일부가 로밍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위치도 추적 중이다.


◆목적은 철군 요구

납치단체가 외신에 밝힌 내용은 18시간 안에 아프간 주둔 한국군 다산·동의부대 210명이 전원 철군하라는 무리한 요구다.

탈레반은 올초부터 한국인 납치를 기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이미 지난 2월 탈레반이 한국인을 납치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아프간 일부 지역을 여행 금지 지역으로 선포했다.

당시 목적은 고위 간부의 석방 교섭용이었다.

이번에도 교섭 과정에서 동료 석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납치는 탈레반이 지난 봄부터 주요 전술로 삼았다.

파병국 국민을 납치하고 대부분 무사히 풀어줬다.

외국군 철수를 요구하기 위한 심리전술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탈레반은 2001년 미국의 침공을 받아 실각한 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원을 받는 새 정부의 불인정,모든 외국군의 철수,지도자들의 석방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탈레반의 납치 행각은 최근 다소 과격해졌다.

이탈리아 신문기자 1명을 납치했다가 풀어주는 과정에서 현지인 통역을 살해했다.


◆기독교인 아프간행 잇따라

피랍 추정 샘물교회 일행이 기독교 신도여서 탈레반에 의한 이전 납치 사건보다 양상이 복잡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들은 아프간 칸다하르에서 활동 중인 NGO 한민족복지재단(KFWA)의 초청으로 아프간 정부에서 비자를 받았다.

형식은 자원봉사다.

샘물교회 측은 "최근 현지 힐라병원과 은혜샘 유치원에 파견할 자원봉사자 20명을 모집했고 이 중 1명은 카불에서 개인적 이유로 일행에 합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아프간행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아시아문화개발협력기구(IACD)는 아프간을 대상으로 한 무리한 선교활동으로 악명이 높다.

피랍자 중 2명이 IACD와 관련돼있다.

IACD는 지난해 8월 현지에서 한국인 1000여명이 참가하는 '아프간 2006 평화축제'를 기획했다가 현지 무슬림 사회가 강하게 반발,참가자들이 사실상 추방됐다.

외교부는 "KFWA 등 현지 활동 NGO들에게 치안 상황을 감안해 철수를 거듭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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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샘물교회 출국자 명단>

△배형규(42) △이선영(37·여) △서명화(29·여) △차혜진(31·여) △서경석(27) △고세훈(27) △김지나(32·여) △김경자(37.여) △유정화(39·여) △제창희(38.여) △심성민(29) △이주연(27·여) △유경식(55) △송병우(33) △이영경(22·여) △한지영(34·여) △김윤영(35·여) △안혜진(31·여) △이성은(24·여) △이정란(33·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