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바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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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潤基 < 인트렌드 대표이사 intrend07@yahoo.co.kr >
촬영을 위해 모아 놓은 의상들을 스튜디오 한 편에 걸어놓고 보니 찌는 듯한 바깥 기온과는 달리 가을·겨울 옷 일색이다.
그 옷들을 바라보자니 마음에 이상한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시즌을 한 발 앞서가는 패션계에 있다 보면 계절이나 시기성에 감을 잃기 쉽다.
예를 들면 개나리가 피기 시작하는 봄날 태양이 이글거리는 휴양 도시로 수영복을 싸 들고 촬영을 떠나고,남들이 바캉스를 떠난다고 흥분하는 여름이면 날씨 서늘한 곳을 찾아가 가을 트렌치 코트를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학창시절 친구와 통화를 했다.
곧 휴가를 떠나겠다며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는 얘기를 듣고 내가 촬영차 방문한 그리스부터 태국의 방콕까지 쉴 새 없이 떠들다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이 밀려 왔다.
세상의 좋은 곳들을 다 다녀 본 것은 분명한데,정작 친구가 들떠서 세우는 바캉스 계획 같은 게 내 인생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몇 해 전에는 벅찬 가슴으로 바캉스 계획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계획이 계획으로 끝나 버리고,동행하기로 한 이들로부터 핀잔까지 듣게 되다 보니 괜스레 허황된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포기해 버린 것이다.
한여름 밤이면 혼자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한다.
촬영을 위해 트렁크 몇 개를 바리바리 싸서 떠나는 것이 아닌,그냥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가지 몇 개를 간단하게 챙겨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번 여름에는 지난번 촬영 때 갔던 태국 방콕으로 떠나고 싶다.
혹시 몰라 장만해 두었던 피케 티셔츠와 컬러감이 좋은 반바지,발을 조이던 구두를 벗어 던지고 슬리퍼 하나를 달랑 챙겨서 말이다.
그곳에 도착하면 우선 호텔에 체크인한 후 허리가 아파서 깰 때까지 밀린 잠을 자고 싶다.
그렇게 게으름 좀 떨다가 일어나서 룸 서비스를 시켜 먹으며 여유를 부려 보고 싶다.
그 다음엔 촬영 시간에 쫓겨 아쉬움이 남았던 곳들을 차례로 돌아볼 것이다.
맛난 음식도 많이 먹고 저렴한 마사지로 밀린 피로도 풀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휴가가 될 것이다.
물론 지금 내 스케줄을 보면 이 계획은 상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걸 보면 1년에 한 번,여름 바캉스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즌이 시작하는 즈음이라 좀처럼 여유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올해는 꼭 내 마음 속 상상의 바캉스를 현실로 옮겨 보리라.결심을 굳히고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하다.
자,그럼 나보다 먼저 바캉스를 떠나는 분들은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해 보시고 바캉스 현지에서 쓸데없이 싸우거나 열 올리지 마시길….그럼 모두 HAVE A NICE TRIP!
촬영을 위해 모아 놓은 의상들을 스튜디오 한 편에 걸어놓고 보니 찌는 듯한 바깥 기온과는 달리 가을·겨울 옷 일색이다.
그 옷들을 바라보자니 마음에 이상한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시즌을 한 발 앞서가는 패션계에 있다 보면 계절이나 시기성에 감을 잃기 쉽다.
예를 들면 개나리가 피기 시작하는 봄날 태양이 이글거리는 휴양 도시로 수영복을 싸 들고 촬영을 떠나고,남들이 바캉스를 떠난다고 흥분하는 여름이면 날씨 서늘한 곳을 찾아가 가을 트렌치 코트를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학창시절 친구와 통화를 했다.
곧 휴가를 떠나겠다며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는 얘기를 듣고 내가 촬영차 방문한 그리스부터 태국의 방콕까지 쉴 새 없이 떠들다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이 밀려 왔다.
세상의 좋은 곳들을 다 다녀 본 것은 분명한데,정작 친구가 들떠서 세우는 바캉스 계획 같은 게 내 인생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몇 해 전에는 벅찬 가슴으로 바캉스 계획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계획이 계획으로 끝나 버리고,동행하기로 한 이들로부터 핀잔까지 듣게 되다 보니 괜스레 허황된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포기해 버린 것이다.
한여름 밤이면 혼자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한다.
촬영을 위해 트렁크 몇 개를 바리바리 싸서 떠나는 것이 아닌,그냥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가지 몇 개를 간단하게 챙겨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번 여름에는 지난번 촬영 때 갔던 태국 방콕으로 떠나고 싶다.
혹시 몰라 장만해 두었던 피케 티셔츠와 컬러감이 좋은 반바지,발을 조이던 구두를 벗어 던지고 슬리퍼 하나를 달랑 챙겨서 말이다.
그곳에 도착하면 우선 호텔에 체크인한 후 허리가 아파서 깰 때까지 밀린 잠을 자고 싶다.
그렇게 게으름 좀 떨다가 일어나서 룸 서비스를 시켜 먹으며 여유를 부려 보고 싶다.
그 다음엔 촬영 시간에 쫓겨 아쉬움이 남았던 곳들을 차례로 돌아볼 것이다.
맛난 음식도 많이 먹고 저렴한 마사지로 밀린 피로도 풀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휴가가 될 것이다.
물론 지금 내 스케줄을 보면 이 계획은 상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걸 보면 1년에 한 번,여름 바캉스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즌이 시작하는 즈음이라 좀처럼 여유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올해는 꼭 내 마음 속 상상의 바캉스를 현실로 옮겨 보리라.결심을 굳히고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하다.
자,그럼 나보다 먼저 바캉스를 떠나는 분들은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해 보시고 바캉스 현지에서 쓸데없이 싸우거나 열 올리지 마시길….그럼 모두 HAVE A NICE T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