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간이세액표 개정으로 이르면 이달 월급부터 봉급생활자들의 세후(稅後) 수령액이 늘어나게 된다.

소득과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증가하는 액수도 커진다.

하지만 이들은 연말정산에서 그만큼의 비율로 더 많이 돌려받아 왔기 때문에 연간으로 따져 보면 내는 세금은 같다.


◆내 월급통장에 얼마나 더 들어오나

우선 연봉 3000만원인 독신 근로자 A씨.그가 명목상 받는 월급은 매달 250만원이다.

지금까지는 여기서 소득세 원천징수로 8만3470원을 뗀 나머지를 실제 수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간이세액표가 개정되면 소득세 원천징수액이 7만5700원으로 줄어든다.

결국 A씨의 월급통장에 찍히는 금액이 7770원 늘어난다는 얘기다.

1년 전체로 환산하면 약 9만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A씨는 이 돈을 연말정산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매달 나눠서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연봉 6000만원을 받아 자녀가 2명인 4인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는 홑벌이 가장 B씨의 실수령액 증가폭은 더 크다.

그의 명목상 월급은 매월 500만원이다.

지금까지는 여기서 소득세 원천징수로만 40만4240원이 빠져 나갔다.

그러나 이달 월급에선 36만1650원만 떼인다.

한 달에 4만2590원씩 B씨의 통장으로 더 입금되는 것이다.

1년 전체로 보면 51만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2인 가구로 연봉이 4000만원인 사람은 매월 소득세 원천징수액이 1만1320원,연간으로 13만6000원 줄어든다.

3인 가구면서 연봉이 1억원인 사람의 소득세 원천징수액은 매월 10만8290원 감소해 연간 130만원 정도 소득세 원천징수액이 줄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간이세액표 개정안을 원하는 사업자에 한해 1~6월 떼낸 금액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기존 세액표에 따라 많이 낸 만큼 7~12월 징수액을 줄여줄 때 반영하는 방식이다.

다만 소급적용한 회사는 연말정산 환급액이 그만큼 더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더 걷었기에

정부가 이처럼 원천징수액을 줄이기로 한 것은 그동안 실제 거둬야 할 세금보다 과도하게 많은 금액을 미리 떼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근로자가 최종 납부한 소득세액은 9조8000억원이었지만 정부가 매달 원천징수한 금액은 13조7000억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말정산을 마친 근로소득세액보다 40%를 추가 징수했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는 연말정산을 통해 4조5000억원가량 돌려줬다.

정부로서는 미리 걷어놓은 세금을 국고에 넣어두기 때문에 이로 인해 이자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액수만큼 국채 발행을 줄일 수 있다.

말하자면 그동안 봉급생활자 돈으로 수조원 상당의 국채에 붙는 이자를 아껴왔던 셈이다.

재경부는 "직장 이동이 많은 일부 근로소득자는 만약 미리 거둬 놓은 원천징수액이 실제 세액보다 적을 경우 추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간이세액을 실제 세부담보다 높게 운용해온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조세편의주의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번에 징수 방법을 대폭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간이세액표 개정을 위해서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바꿔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가능한 한 이달 안에 시행령을 개정해 7월 급여분부터 개정 간이세액표에 따라 원천징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