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퇴직금 2억원을 보태 3명이 외롭게 시작한 회사가 어느덧 국내 1위,전 세계 19위 회사로 컸습니다.

이 기세라면 퀄컴과 경쟁해도 되지 않을까요?"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에 오디오·비디오 솔루션을 공급하는 시스템온칩(SoC) 전문업체 코아로직의 황기수 대표(56·사진)는 9년 만에 이룬 성장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창사 9주년을 맞은 코아로직은 한마디로 '팹리스'다.

공장 없이 반도체 칩을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기업을 말한다.

코아로직은 LG전자 휴대폰에 카메라폰용 칩을 공급하면서 성장했고 지금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황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노키아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 초기에 벤처캐피털 세 곳에서 2억5000만원씩 총 7억5000만원을 투자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 19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업계 1위로 뛰어오르면서 초기 투자자들은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가는 '대박'을 실현했다.

황 대표는 "나 때문에 출세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웃었다.

황 대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퀄컴 등 막강한 해외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 M&A가 활성화돼 우리 시장 규모부터 키워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해외 업체와의 M&A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코아로직은 지난해 12월 모바일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솔루션 전문 기업인 엠큐브웍스를 인수한 바 있다.

그는 팹리스 산업에 대규모 펀드가 잘 유입되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보다 더 클 수 있는 산업이 바로 공장 없는 반도체 칩 설계 산업"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노키아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협력업체를 거느리고 있는데 그들이 대부분 팹리스 업체"라는 것이다.

정부가 부품·소재 산업을 키워줘야 팹리스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황 대표는 미국 텍사스주립대 컴퓨터공학과 박사 출신인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선임연구원을,현대전자에서 연구소장을 지냈다.

현재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과 시스템온칩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