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와인은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에 비해 인기가 턱없이 떨어진다.

디저트와 함께 제공되는 식사의 마지막 코스로 좌천되면서 푸대접을 받아왔다.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까닭도 있겠으나 한국의 음식문화가 디저트와 다소 거리가 멀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이어트 문제로 단 음식을 멀리하는 요즘 분위기도 한몫했다.

하지만 스위트 와인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탐닉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스위트 와인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스위트 와인은 보통 '귀부병(Noble Rot,고귀한 썩음)'으로 만들어진다.

일종의 곰팡이다.

학명은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인데 포도의 당 함유량을 응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달콤한 스위트 와인이 버섯균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스위트 와인은 수분이 증발된 후에 만드는 까닭에 생산량이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포도 겉 모습은 건포도처럼 쭈글쭈글하다.

게다가 수작업으로 귀부병에 걸린 포도만 선별해 생산하므로 귀한 와인이다.

벌꿀 복숭아 아카시아 등의 과일 향이 풍부하고 바닐라 향(특히 뉴 오크통으로 숙성하는 소테른 지역에서 느껴짐)이 조화를 이룬다.

꿀물과도 같은 달콤함과 점성이 입안에서 느껴지면서 균형 산도가 조화를 이룬다.

스위트 와인은 아무곳에서나 제조할 수 없다.

보트리티스 시네리아가 잘 침투하기 위해서는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해 습기가 많으며 일조량이 풍부한 기후적 지리적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장 유명한 지역으로 보르도의 소테른지역을 꼽을 수 있다.

스위트 와인의 제왕이라 불리는 샤토 디켐의 고향이다.

세미용이 주요 포도 품종이며 소량의 쇼비뇽 블랑,뮈스카델 등이 섞여진다.

소테른 지역의 스위트 와인은 고가인데 경제적이면서 귀부병에 걸린 포도로 만든 스위트 와인 생산지도 있다.

보르도에서 가장 근접한 몽바지악,소시낙에서 스테른 지역 와인과 유사한 풍미의 맛과 향을 지닌 스위트 와인을 즐길 수 있다.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코드 드 레이옹과 보브레이의 쉬넹 블랑 품종으로 생산된 스위트 와인도 또 다른 보트리티스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스타일이다.

상큼한 산미가 끈적한 달콤함과 조화를 이루고 균형감을 준다.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도 귀부병을 통해 생산되는 스위트 와인이다.

독일의 배렌아우스레제,트로켄아우스레제 등급도 좋은 스위트 와인다.

지치고 바쁜 한 주를 마무리하면서 저녁 때 달콤한 와인 한잔 어떨까.

엄경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