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이 지하시설물에 대한 관리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탓에 한국전력이 29억원의 돈을 물어내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6일 강남구청 등 10개 지방자치단체가 도로점용료 변상금 29억원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전력이 낸 변상금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2005년 서울시가 지하시설물에 대한 통합정보 관리 시스템 정비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시스템에 등록된 지하매설물에 대한 자료와 한전 등 전기,통신,가스 사업자들이 관할 구청에 도로 사용 허가를 신청한 자료를 비교해 빠진 부분에 대해 변상금을 매기라는 방침을 강남구청 등 지자체에 통보했다. 조사에 나선 강남구청 등은 같은 해 12월 지하물 관리시스템을 정리하면서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지하매설물을 설치한 데 대한 5년치 변상금 29억원을 한전에 매겼다.

한전은 펄쩍 뛰며 반발했다. "도로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지자체들이 지하매설물 현황도 등을 상세히 보고 사용료를 부과했다고 믿었는데 이제와서 지하시설물 관리 시스템에 수록된 자료와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5년이나 소급해 변상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부과된 29억원의 변상금은 결국 법정까지 옮겨졌고 법원은 관리시스템이 허술했던 지자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자체들이 관리시스템 부재로 한전이 무단으로 사용한 도로의 현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서 변상금 부과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