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聖炫 < 서울대 교수·통계학 >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북핵 위기,노조 파업,국내 정치의 이념분쟁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하는 놀라운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수출이 반도체,조선,무선휴대폰,TV,철강,자동차 등 일부 제품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어서 우리 산업의 인프라가 아직도 튼튼하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취약한 산업구조에서는 원화 환율이 달러당 900원 선이 붕괴돼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경우 수출전선은 물론이고 경제성장 자체가 큰 암초(暗礁)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를 타개하기 위한 혁신 전략은 무엇인가? 필자는 창조적 혁신을 통한 '1:10:100의 법칙'을 혁신전략으로 제안하고 싶다.

'1:10:100'이란 용어는 원래 서비스 부문에서 미국의 말콤 볼드리지 상(賞)을 수상한 페덱스의 서비스법칙에서 유래한 것으로,"불량이 생길 경우 즉각 고치는 데는 1의 원가가 들지만,책임 소재나 문책 등의 이유로 이를 숨기고 그대로 내보낼 경우 10의 원가가 들며,이것이 고객의 손에 들어가 클레임으로 되돌아오면 100의 원가는 든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원용해 우리 기업이나 정부나 개인의 혁신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는 1:10:100의 법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 설계와 검사,고객 사용 등 각 단계별로 품질비용이 얼마나 드는가를 살펴보면 역시 1:10:100의 법칙을 따라 비용이 증가추세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설계단계에서 결함이 발견돼 이를 바로잡는 데 드는 비용이 1이라고 하면,다음 단계인 출하(出荷) 검사에서 그 결함이 발견되고 재작업하게 되는 비용이 10이며,고객이 사용하다가 결함을 발견하고 클레임을 걸어오면 그 비용은 100으로 훨씬 많이 들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품질비용을 최소화하려면 설계 단계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결함 가능성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최선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노력은 연구개발(R&D) 혁신을 통해 가능하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품질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매출액의 20~30%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 만큼 1:10:100의 법칙을 활용해 품질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기업의 원가경쟁력을 제고(提高)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정부 기업 대학 등을 포함한 모든 조직에서도 이 법칙은 적용될 수 있다. 즉 정책의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에서 정책 오류를 탐지해 이를 즉각적으로 바로잡는다면 1의 비용이 들지만,책임 소재의 추궁이나 문책 등을 꺼려 이를 숨기고 바로잡는 일을 지연하면 10의 비용이 들고,이것이 결함이 있는 채 집행돼 고객 불만족과 정책실패로 이어진다면 100 이상의 비용이 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정책이든지 이 정책 해당자인 고객의 입장에서 정책 오류를 즉각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수적이며,이럴 경우 사회 비용은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혁신의 길이고 모든 조직이 지향해야 할 혁신 전략이다.

셋째,1:10:100의 법칙은 개개인의 인생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혁신전략이다. 어렸을 때 좋은 습관을 들이면 1의 비용만 들지만,중년의 나이가 돼서야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로잡자면 10의 비용이 들고,이를 노년에 고치려면 100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을 위한 인생 혁신전략으로 어렸을 때 좋은 습관을 많이 들여놓는 것이 최선의 인생투자 전략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가장 바람직한 혁신전략은 품질 비용에서나 정책 오류에서나 나쁜 습관에서나 시작 초기단계에서 바르게 잡아주는 것이 최선의 전략인 것이다. 치밀한 계획 없이 시작은 대충 해놓고 나중에 뒷정리하느라 많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야말로 혁신의 적(敵)이다.

/신품질포럼 대외협력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