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레도 알코르타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 >
몇 년 전부터 딸이 살고 있는 항구 도시 산 훌리안은 광대한 산타크루스 주의 중부 해안 지방 파타고니아에 있는 작은 마을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다.
이 곳은 1520년 포르투갈의 마젤란이 도착한 곳이기도 하다.
그림과 같은 만에 위치한 산 훌리안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여름에는 평균 섭씨 37도,겨울에는 12도를 유지하는 쾌적한 기후와 평화로운 자연 경관을 지닌 곳이다.
대자연과의 근접성과 동굴 벽화에 남겨진 과거로부터의 증언,수백년간 석화된 숲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종을 보호하고 있는 동물보호 구역이야말로 산 훌리안이 지닌 특혜를 말해 준다.
해안 쪽 만과 그 주변 지역은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구역으로 야생 라마에서부터 네 가지 종의 가마우지(황제가마우지,바위가마우지,신열대가마우지,회색가마우지)를 비롯하여 마젤란 펭귄,검은왕관 해오라기,갈매기,남극 비둘기,검은머리 물떼새,바다 표범 등 이 지역의 물리적인 특성에 영향받아 대서양 해안만의 특징을 지닌 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 종의 서식은 1만ha 이상 규모인 산 훌리안 반도 자연보호지 지정에 충분한 동기가 될 뿐 아니라 산 훌리안은 이들 종의 과학적인 관찰을 위해 적절한 환경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 밖에 코모란 섬과 후스티시아로 향하는 해상 경로 주변은 조류가 서식하기에 이상적인 곳으로 여기에 살고 있는 다양한 종의 조류를 구경할 수도 있다.
산 훌리안의 주요 활동은 양털 생산이다.
그래서 항구에서도 수출용 양털의 가공과 보존을 위한 일손이 바쁘다.
마을 주변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크기의 목장이 다수 있다.
목장은 하늘과 땅을 구분하기 어려운 넓은 대지의 지평을 따라 멀리까지 뻗어 나간다.
이런 목장에서의 생활 체험은 현지인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악수를 지그시 나누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선 목장에서는 마테(중남미권에서 주로 마시는 차)를 마시며 현지인들의 풍습을 익혀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마테를 마시는 데는 엄격한 다도가 있다.
우선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주변에 둥글게 앉아서 손님 등 방문객이든 관리인,인부,농장주이든 관계 없이 나란히 앉는 게 관습이다.
차를 마시는 자리에 초대받았을 경우에는 초대에 항상 응하는 것이 예의에 맞다.
'세바도르(Cebador)'는 차를 준비하고 따르고 모임을 시작하는 사람이다.
차를 원하지 않을 경우 그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뜻의 '그라시아스(Gracias)'를 한 번만 말하고 차를 받은 후 차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다음 번에 '노(No)'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차를 마실 때는 빨대에 해당하는 '봄비자(Bombilla)'를 움직이거나 닦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차를 마시고 '세바도르'에게 돌려준 후 다시 돌려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농장에서 마테를 함께하는 것은 우정을 돈독히하고 서로 간의 거리를 좁히려는 의미가 있다.
방문객을 맞이해 목장의 역사나 일화를 들려 주는 목장 주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목장에서 며칠간 머무른다면 야생 삶을 여전히 보존하고 있는 대자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아르헨티나 농촌에 안착하여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가는 가우초(목장 인부)들과 이민자의 관습을 이해하고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을 공유하고 때로는 말을 타고 초원을 달려 보기도 하며 가축을 몰면서 양 말 등의 낙인을 확인하고 과수원에서 함께 일해 보기도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물론 낚시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으며 대자연과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문의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796-8144) >
정리=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