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이나 명리학 등 동양의 전통적인 사상은 음양오행(陰陽五行)에서 출발한다.

여기에서 오행은 우주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성질인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인데,상생(相生)은 두 가지 성질간의 관계를 일컫는 것이다.

나무(木)는 물(水)을 먹고 자라므로 물은 나무에게 상생관계이고,불(火)은 나무(木)를 태우고 살아 나무는 불에게 상생관계인 것이다.

그렇다고 반대가 꼭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와 물의 관계에서 본다면 나무는 물을 빼앗아 간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상생이란 상호호혜적인 쌍방향 사이라기 보다는 어느 일방이 상대방에게 더욱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닌가 싶다.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주고 받거나(give & take),서로 이익(win-win)을 챙기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해년(丁亥年) 새해를 맞아 '상생'이 화두로 떠올랐다.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반목을 치유해 보자는 하나의 자구책인 셈이다.

여러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힌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상생의 실천이 절실해진다.

사랑과 신뢰는 상실된지 오래고 마찰과 불신은 증폭되고 있다.

신.구세대의 편가르기는 차치해 두고라도 실업과 치솟는 부동산가격으로 빈부격차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국가 지도자들의 상실된 리더십으로 속끓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각계각층의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한 느낌이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다행히 상생의 싹은 여기저기서 돋아나고 있다.

노사상생을 선언한 노동계에서 합리적이고 온건한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는가 하면,기업들도 다투어 상생의 길을 찾아 나섰다.

중도성향의 지식인들이 나서 상생·화해의 모임을 결성하고,국회에서도 'B2B상생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상생의 바람은 문화예술계와 종교계에도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

사회통합을 이룰 상생의 성패는 조건없이 상대를 포용하는 자세,배려하는 마음에 달렸다.

희망찬 새해 첫날을 맞으면서 상생의 의미를 곰곰이 새겨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