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8일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는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를 국빈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 수도 웰링턴 국회의사당에서 헬렌 클라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핵우산이라는 것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두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과 한국 내 핵무기 배치를 연결시키는 것은 아무런 합리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미군의 한국 내 핵무기 배치를 근거로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또 남북 정상회담설과 관련,"정상회담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며,북한은 혼자서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한국으로 초청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000년에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여러 번 촉구해 왔다"며 "언제든지 방문한다면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뉴질랜드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정치,경제,환경 등 제반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확대키로 하고,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21세기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양 정상은 또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민간 연구기관 간 공동연구도 내년 상반기에 실시키로 했다.

양국은 1년에 두 차례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국회의원 간 정례 교류를 추진하는 등 정부와 의회 간 협의채널을 구축키로 했다.

양국은 이날 정보통신 협력약정도 체결했다.

한편 필리핀 정부가 8일 태풍 경보로 인해 11∼13일 필리핀 남부 세부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세안+3 정상회의를 내년 1월로 연기키로 결정함에 따라 노 대통령의 귀국이 10일 밤으로 앞당겨지게 됐다.

웰링턴=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