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넥슨‥韓·中·日 평정 이젠 美시장 '질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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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로 널리 알려진 넥슨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게임 전시회 '지스타'가 열린 지난 9일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미국 시장에 재도전하겠다고 발표했다.
1997년 한국 게임업체로는 처음 미국에 진출했다가 2004년 철수했던 불명예를 씻겠다는 것.국내에서 '캐주얼게임 제왕'으로 불리며 게임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넥슨.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유독 미국에선 재미를 보지 못했다.
미국 시장에 재도전하는 이유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의 '살아 있는 역사'
1994년 설립된 넥슨은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선보인 국내 최장수 온라인게임 업체다.
'바람의 나라' 이후에 '퀴즈퀴즈''마비노기''메이플스토리''카트라이더''크레이지아케이드(BNB)''워록' 등 숱한 대박 게임을 선보였다.
한국 온라인 게임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2002년부터 2004년 사이 차례로 나온 캐주얼게임 3인방 '마비노기''메이플스토리''카트라이더'는 국내외에서 매월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
캐주얼 역할수행게임(RPG) '메이플스토리'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안 하면 왕따당한다'고 할 정도로 출시 후 3년 이상 인기를 끌고 있고 캐주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는 2004~2005년 전국을 레이싱게임 열풍으로 몰아간 '국민 게임'이다.
최초의 온라인 게임으로 불리는 '바람의 나라'는 올해로 서비스가 시작된 지 1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PC방 인기 게임 순위에 이름을 올린다.
'아스가르드''어둠의 전설' 등도 나온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십만 명의 게이머가 즐기고 있다.
넥슨이 최근 선보인 캐주얼게임 '나나이모''킥오프' 등도 높은 관심을 끌며 순항 중이다.
인기 게임에 힘입어 넥슨의 매출은 급증했다.
2003년 657억원에서 2004년 1100억원,2005년 2177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거의 2배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2002년 47.5%,2003년 31.9%,2004년 20.6%,2005년 32.7%로 평균 30%를 넘는다.
100원을 벌어 30원 이상 남긴 셈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2600억원이다.
◆고착된 이미지 극복이 과제
넥슨의 최대 장점은 캐주얼게임 분야에서 적수가 없다는 점이다.
캐주얼 게임으로 넥슨만큼 오랫동안 많은 타이틀을 내놓아 대부분 성공한 사례는 없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캐주얼 게임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캐주얼게임 특유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는 넥슨의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런 강점이 한편으론 종합 게임업체를 표방하는 넥슨에는 걸림돌이다.
캐주얼 게임을 제외한 다른 장르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
넥슨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제라'를 선보였다.
'리니지''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등이 주도하는 성인용 하드코어 게임 시장에 뛰어든 것.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초기엔 PC방 게임 순위 10위권에 들기도 했으나 지금은 100위를 오르내린다.
'구룡쟁패''루니아전기' 등 다른 MMORPG 성적도 그저 그렇다.
넥슨에는 게임 장르 확대가 여전히 숙제다.
◆글로벌 기업 전환점
넥슨은 캐주얼 게임으로 중국과 일본 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크레이지아케이드(BNB)'가 2004년 동시접속자 수 70만명이라는 신기록을 세웠고 올해 초 중국에 진출한 '카트라이더'도 70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중국에서는 '넥슨의 캐주얼게임 때문에 시장 흐름이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넥슨의 각종 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는 세계적으로 2억명에 달한다.
올해와 내년은 넥슨에 중요한 해다.
미국에 재도전하는 만큼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추진 중인 기업 공개(IPO)에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라도 미국 재진출 성공은 중요하다.
넥슨은 과거 실패의 원인을 온라인게임 성공을 위한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저조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넥슨 자체적으로 현지화된 게임을 내놓지 못한 것도 요인이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넥슨은 현지화된 게임 제작을 위해 북미 개발 스튜디오 대표로 알렉스 가든을 영입했고 개발 책임자로는 세계 최대 게임사인 미국 EA 부사장 출신 스티브 렉츠셰프너를 영입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미디어그룹 바이아컴 계열 MTV네트워크와 제휴를 맺고 공동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온라인게임 발전의 걸림돌이었던 미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도 지난해 50%를 넘어섰다.
넥슨은 올해 매출 목표 2600억원 중 80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일 계획이다.
해외매출 비중은 올해 30% 선에서 내년엔 3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시장은 중요하다.
권준모 넥슨 대표는 "그동안 게임 서비스 노하우가 축적됐고 미국 시장도 무르익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넥슨은 캐주얼 게임으로 국내에서 자리를 굳혔고 아시아로 무대를 넓혔다.
'글로벌 기업'을 선언한 지금은 게임 장르를 확대하고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넥슨은 과연 미국에서 '카트라이더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