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丙澈 < 브리지랩 대표 bcshin03@naver.com >

사람은 믿는 것을 볼까? 아니면 보는 것을 믿을까? 이것은 오래된 심리학적 문제이며,마케팅적 문제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해보면,대개의 경우 사람은 믿는 것을 보는 경향이 높다.

이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이 펩시콜라의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다.

1975년 펩시콜라는 사람들에게 눈을 가리고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마시게 해 어떤 것이 더 맛있는지 선택하게 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눈을 가리고 선택하게 하면 펩시를 3 대 2로 더 많이 선택하지만,눈을 뜨고 선택하게 하면 코카콜라의 선택률이 더 높게 나왔다.

소비자들은 펩시콜라의 맛을 실제로는 더 좋아하지만,코카콜라의 브랜드가 코카콜라를 더 맛있게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다.

펩시는 이 점을 활용해 광고를 통해 적극 홍보하였고,그 결과 1980년대에는 코카콜라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처럼 사람은 믿는 것을 보는 경향이 높다.

아이보리가 '순수함'이라는 믿음을 100년 넘게 팔고 있고,다시다가 '고향의 맛'이라는 믿음을 20년 넘게 팔고 있는 것도 그런 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브랜드 전략의 시작은 어떤 믿음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이냐를 선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믿음은 일관성과 보완성을 갖고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단일하고 명료한 개념을 흔들림 없이 장기적으로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확하게 구성된 브랜드 믿음이 전달될 때,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반복 구매가 이뤄지며,자발적 구전(口傳)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해프닝이 있었다.

정부는 과거 여덟 차례에 걸쳐 발표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자인(自認)하면서 11·15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금융정책 시행에 있어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은행권에 신규주택 담보대출을 규제하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전면 백지화(白紙化)한 것이다.

단 하루 동안 실행된 정책이었지만 은행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1·15 부동산대책의 발표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겠다고 '믿음'을 전달하려는 시도였지만 결과는 시작부터 삐걱대고 만 것이다.

브랜드 관점에서 볼 때 믿음을 전달하는 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사람은 이미 갖고 있는 믿음에 근거해 이후의 정보를 살펴본다.

브랜드로서의 부동산 정책은 어떤 믿음을 일관되게 전달해야 할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