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재력가인 최미영씨(51)는 최근 개인사업을 하는 박영수씨(58)와 재혼했으나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최씨는 "남편이 사업을 하다보니 언제라도 잘못될 수 있고 그 경우 법적인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한다고 생각해 혼인신고를 하지 말자고 남편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결혼한 임수철씨(52.삼혼)와 김숙희씨(42.재혼)는 이혼경력이 부담스러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케이스. 두 사람은 이미 한번 이상 이혼경력이 있어 행여 다시 한번 이혼할 경우 서로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혼인신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김진수씨(47)와 이정희씨(43)는 지난 8월 재혼한 부부. 자녀들에게 빨리 새아빠,새엄마를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에 결혼식은 서둘렀지만 혼인신고는 뒤로 미루기로 했다. 혼인신고는 상대방을 충분히 파악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혼부부들은 결혼은 좋지만 혼인신고는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혼정보회사인 행복출발(www.hbcb.co.kr)이 재혼을 희망하는 회원 668명(남성 308명,여성 36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혼인신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혼 후 혼인신고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2.1%에 달해 '할 것'(47.9%)을 앞질렀다.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응답한 회원들도 '결혼 전'(15.3%)이나 '재혼 후 바로'(33.8%)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응답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재혼 후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복수응답) △다시 이혼할 경우 이혼경력이 부담스러워서(45.4%) △상대방을 파악하기 전에 혼인신고부터 하는 것은 위험해서(39.9%) △불필요한 법적 절차이기 때문에(33.3%) △귀찮아서(30.5%) 등의 답변이 나왔다.

김영란 행복출발 대표는 "초혼자보다 재혼자들이 혼인신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며 "결혼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만큼 위험부담이나 책임감을 최대한 덜고 싶다는 생각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서로를 충분히 알게 된 후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