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12년 전 'OO엔지니어링'(마크를 포함해 사용)이란 상호로 기술용역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서 친하게 지내던 B씨와 사업을 합쳤고 두 사람은 1년 동안 동업을 하다 서로 뜻이 맞지 않자 A씨는 독립해 11년째 사업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B씨는 A씨에게 'OO엔지니어링'이라는 상표를 사용하지 말 것과 그동안 상표 사용으로 손해를 끼쳤다며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해왔다.

OO엔지니어링이라는 이름은 A씨가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상호 등록한 것인데 동업자한테 이런 요구를 받는 황당한 일이 생긴 것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우선 상호와 상표의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상호는 상인이 영업에 관해 자기를 표시하는 명칭으로 상법에 의해 등록한다.

다만 상호는 지역만 달리 하면 같은 상호라도 등록할 수 있으므로 국내에서는 동일한 상호가 여러 개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표는 동일 유사한 지정상품에 대해 국내에서 한 가지 상표만 등록을 받을 수 있다.

상표는 창작한 것이 아니라도 남과 구별될 수 있는 도형 기호 문자 색채 등을 먼저 선택해 등록 신청한 자에게 권리(상표권)로 부여된다.

따라서 상표는 선착순인 것이다.

결국 A씨는 처음부터 상호로서 OO엔지니어링을 사용해왔지만 상표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가 먼저 상표 등록한 B씨가 상표권 확보를 빌미로 옛 동업자를 압박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먼저 해당 상표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상표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따라서 상표 등록을 하지 않은 A씨는 그동안 자신이 먼저 사용해왔던 상표지만 B씨의 주장대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A씨는 상표를 상호로 사용하는 것은 상관없다.

이런 종류의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경기침체 여파로 직장에서 나온 뒤 음식점 경영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소규모 사업을 하더라도 상표와 상호에 대한 권리문제를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나중에 지명도가 높아진 뒤 정작 상표권이 없어 예기치 못한 곤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서울 장충동 일대 족발집을 발칵 뒤집어놨던 '장충족발' 상표권 소송에서 대법원이 "장충족발의 상표권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효판결해 족발집들이 한시름 덜었지만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곤경에 처하기 전에 내가 쓰고 있는 상표가 타인으로부터 공격받을 여지가 없는지 미리 점검해봐야 한다.

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