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悳煥 <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 >

부총리 부서로 승격된 과학기술부가 지식기반 사회의 핵심인 효율적인 과학기술 정책의 중심부서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과기부는 국가연구개발 예산의 배분,연구개발사업의 기획과 조정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연구개발 사업의 관리를 성과 중심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물론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위해 과기부가 더욱 노력해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아있다. 과학 영재(英材)의 조기 발굴과 집중 육성도 그 중의 하나다. 지금까지 과기부가 과학 영재 교육에 훌륭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부산에 설립한 영재학교와 각 지역의 영재교육원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투자했던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과학 신동' 송유근군에게 보여주었던 정책의 유연함은 극도로 경직된 교육부에서는 결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데 과기부의 그런 노력은 2002년 월드컵에서 경험했던 히딩크 효과와 비교된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월드컵 4강의 신화는 히딩크의 이국적이고 독창적인 지도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대표팀의 성공 신화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우리가 어린이와 동네 축구를 외면하고 소수 엘리트 선수의 지원에 올인하는 바람에 충분한 저변 확대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과학 영재 교육도 지속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과학 교육 활성화를 통한 저변 확대에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과학 영재에게 필요한 과학이 따로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과학 지식을 보통 학생들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가르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영재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특별한 교육 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외국의 교과서를 베껴와서 특별한 교육을 시키는 것처럼 법석을 떨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진정한 과학 영재 교육은 보통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과학 교육의 틀 안에서 적절한 수준의 속진(速進) 교육을 허용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정규 교육을 건너뛰고 어린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게 된 송유근군의 경우가 모범 사례가 돼야만 한다. 다만 비슷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서 과학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과정에서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외국의 교육 과정을 흉내낸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전담 교사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오히려 속진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인성(人性)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또래 집단과 떨어져서 과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과학 영재들은 충분한 사회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과학 영재들에게 그런 소양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우리처럼 동질성과 평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그런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결국 진정한 과학 영재 교육을 위해서라도 과기부가 공교육의 과학 교육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초중등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수많은 교과목과의 평등 논리에 몰입되어서 현대 사회에서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부만으로는 과학 교육을 활성화시킬 수가 없다. 진정한 과학 영재 교육을 통한 과학자의 양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유연하고 효율적인 과학기술 정책도 지속적인 성과를 약속할 수 없다.

과학 영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도 적절한 수준에서 절제돼야만 한다. 우리 사회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과학 영재가 아니라 첨단 과학과 기술을 선도하는 능력이 확인된 과학자다. 과학 영재는 그런 과학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대되는 '학생'일 뿐이다. 그런 학생을 위해 사회가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과학 영재의 궁극적인 성공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과학 영재 본인과 그 가족에게 있다. 과학 영재를 위해 사회가 모든 지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