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明鉉 < 고려대 교수·경영학 >

북핵문제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경제분야도 유엔과 미국,중국 등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비록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북한의 2차 핵실험 강행,미국의 대응 강도(强度) 등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북핵사태로 인해 높아진 환경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로 말미암아 향후 경영계획을 세우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일반 국민들은 설마 무슨 일이 있을까라고 애써 생각하고 생업에 전념하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우리경제의 현 상황은 시계(視界) 제로의 뿌연 안개에 둘러싸인 것에 비견될 수 있지만 청와대, 정부 그리고 정치권의 대응은 제대로 조율(調律)되어 있지 못하다. 언론은 자기 입맛에 맞는 보도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과 기업이 잔뜩 낀 안개를 헤쳐 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등대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 국민이 믿고 의지해야 할 곳이 어디인가라는 서글픈 생각이 들게끔 한다.

대통령은 북핵사태가 터진 날 가진 회견에서 마치 별 것 아닌 일에 금융시장이 너무 심하게 반응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반면, 바로 그 다음날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면 한국의 신용등급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여 금융시장을 위축되게 만들었다. 정치권은 경제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포용정책의 득실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 공영방송들은 더 나아가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을 등장시켜 그의 입에서 나오는 전면전, 불바다 등의 언어를 여과없이 내보냄으로써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을 키웠다.

상황이 이러하니 경제활동 주체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상당부분 '심리'다. 소비자가 불안감을 느끼면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비를 줄인다. 기업도 당연히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소비심리가 불안하고 기업투자가 위축되면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고 경기하락의 고통은 대부분 어렵게 사는 서민들이 짊어지게 되고 만다.

대통령의 말대로 북핵문제가 단시간 내에 해결될 수 없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경제활동 주체들의 불안감을 없애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들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현 정권의 주장대로 포용정책의 지속이 북핵문제의 해답이라면 국민들의 심리적 안정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우리 기업과 국민들이 북한의 행동으로 인하여 계속 불안감을 느낀다면, 핵개발에 전용될지도 모르는 북한에 대한 정부차원의 경제지원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누가 찬성하겠는가? 논란에 휩싸인 포용(包容)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명분의 바탕에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리적 경제적 안정이 있어야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는 '포용의 리더십'이 절실해 보인다. 현 정권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측근의 머리에서 나온 정책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될 때 국민들은 정권을 신뢰하고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얼어붙고 있는 소비심리를 녹이고 기업투자를 활성화(活性化)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한시바삐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투자의 활성화는 경제심리 안정과 경기회복에 절대적이다. '수도권 투자제한완화'와 '조건없는 출자총액제한 폐지' 같은 획기적 규제완화를 통하여 위축된 투자심리와 소비심리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전격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뉴딜'은 어디로 갔는가?

오기의 리더십이 아닌 포용의 리더십으로 북핵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