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MBA 동기 중 몇 살 아래의 한국인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가 나의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뛰어난 학업 성적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국 브랜드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애착 때문이었다.
자동차 컴퓨터는 물론 TV 냉장고 등 가전 제품과 대부분의 옷,이 모든 것들이 한국 제품이었다.
한번은 사석에서 그녀에게 왜 그토록 '한국 제품'만을 고집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고국과 가까이 있는 기분이 들고 둘째 품질이 좋아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오랫동안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몇 주 전 싱가포르에 새로 구입한 아파트를 다 꾸미고 난 뒤 집 안을 둘러보다가 내가 산 물건들이 모두 한국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TV에서부터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제품들이 말 그대로 모두 '메이드 인 코리아'였다.
그제서야 비로소 그때 그녀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날 한국 제품은 많은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신뢰' '혁신' '가치'라는 말과 동일시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특히 한국의 산업이 애초부터 힘든 경쟁에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과의 정면 승부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고 훨씬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며,세계적인 리더가 되기 위한 자질(資質)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놀라운 성과가 서비스 산업에서도 재현(再現)될 수 있는 것일까? 한국의 서비스 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올림픽 개최와 월드컵 유치라는 두 가지 중요한 시험 무대 위에 올려졌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의 관광 산업은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이때 한국을 방문했던 관광객으로서,나는 한국이 그 시험에 훌륭히 합격했다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한국 서비스 산업의 다음 과제는 '동북아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해 아ㆍ태지역의 금융 리더로 도약하는 것이다.
한국은 동북아 금융 허브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충분요건들을 갖추고 있으며,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인들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 신세대들은 상당한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사회에 진출하고 있으며 한국 사람들의 영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껏 보여줬던 한국인의 열정과 결단력이라면 동북아 금융 허브도 충분히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이번에는 한국 서비스 산업의 성공 신화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