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발전기금을 조성해 KAIST를 월드 톱10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는 서남표 총장이 정부의 이공계 대학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서 총장은 한국공학한림원이 한국기술센터에서 지난 25일 개최한 CEO포럼에서 "KAIST를 세계적 연구 중심 대학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에 가서 돈을 좀 달라고 했더니 '한국에서는 (대학들에 돈을) 다 똑같이 나눠줘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은 과학기술분야에 쓸 수 있는 예산이 미국국립보건원(NIH) 예산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골고루 나눠주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는 한국이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예산 지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 총장은 이어 "미국의 경우 전체 공과대학의 3%가량이 학계를 이끈다"며 "한국도 3% 정도만이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이 될 가망이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만 살아남는 '비즈니스의 법칙'에서 공대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정부가 KAIST의 교수 숫자까지 정하는 등 예산 집행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제약을 두고 있다며 대학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총장은 이날 KAIST가 산업계가 봉착한 문제를 풀어주는 쪽으로 연구의 초점을 맞춰 달라는 한 CEO의 요청에 대해 "대학의 주 임무를 산업계의 당면 과제를 풀어주는 것에 국한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산업계에서 정말 중요한 당면 과제가 있으면 연구비를 들고 KAIST에 오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