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업의 70%에 달하는 가족 기업의 경제적 기여도를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

침체된 기업가 정신과 경영 의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가족 기업 및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정책적 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주요국의 가족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가족 기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영권 승계도 정책적으로 지원되고 있다"며 "가족 경영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후진적인 지배 구조가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인 경영 형태"라고 주장했다.

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가족 기업의 비중(숫자 기준)은 미국 54.5%,영국 76%,호주 75%,스페인 71%,한국 68.3%이다.

가족 기업의 기준은 특정 가족이 기업의 전략적 지배권을 보유하고 있거나 가족 구성원 2인 이상,혹은 2세대 이상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 중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이라고 상의는 설명했다.

상의는 미국의 월마트,일본의 도요타,독일의 BMW,영국의 세인스베리(영국 최대 식품회사)와 같이 포천 500대 기업의 37%를 차지하는 수많은 세계적 기업들이 가족 경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족 기업들의 국가경제적 기여도를 살펴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독일이 66%,미국이 30%로 나타났다.

가족 기업이 고용하는 근로자의 비중도 독일 75%,미국 30%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장·코스닥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가족 기업의 고용 비중은 66.5%였다.

경영 성과 면에서도 가족 기업이 비가족 기업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족 기업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9.6%,자산수익률은 11.6%로 비가족 기업의 13.8%와 10.9%보다 높았다.

미국 S&P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매출액 증가율 21.1%,이익 증가율 21.1%로 소유분산 기업의 10.8%와 12.6%보다 높게 나타났다.

상의는 특히 선진국의 경우 △가족 기업이 축적한 거래처와의 오랜 신뢰관계 △기술력 △주인 의식과 리더십 △사회적 책임감 등을 높이 평가해 기업을 상속할 때 다양한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족 기업의 단점만 부각되는 사회 풍토와 정책적 차별,최근 경쟁이 격화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기업 환경 때문에 기업을 물려줄 의욕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이런 점이 기업부문 전체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따라서 △지배주식 할증과세제도 폐지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 △올해의 우수 가족기업상 등 언론의 지원 △대학 및 연구기관의 가족경영 전문 과정 및 후계 프로그램 개설 등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주문했다.

또 가족 기업에 대해서도 △채권자와 투자자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 원칙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존중받는 사회적 책임의 원칙 △기업가치 최우선의 경영권 승계 원칙 등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가족 기업의 경우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가치를 중시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주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