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기 관련 의혹을 놓고 정부내에서 벌어지는 공방은 오히려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 그 중에서도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쁜 작태(作態)를 보면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정책당국이고 위원회인지 너무나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문화부는 영등위에 모든 책임이 있다는듯 몰고 나갔고 이에 영등위가 발끈하고 나섰다. 문화부는 지금까지 규제를 강화할 것을 영등위에 요청했다고 했지만 정작 영등위는 문화부가 사행성 게임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고 폭로한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응당 책임을 느껴야 할 당사자들이 모두 자신들은 문제없었다고 발뺌하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꼴아닌가.

이것 뿐만이 아니다. 문화부가 법률 자문을 무시한 채 산하단체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상품권 지정권한을 넘겼고, 또 이 권한을 넘겨받은 게임산업개발원의 부실심사가 지적되고 있고 보면 모두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정을 펴온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도 든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문화부의 정책 판단에 문제가 있었고, 조기 차단을 위한 관리에도 소홀했다며 정부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당연한 지적이다. 사행성 게임과 경품용 상품권 확산의 주범은 다름아닌 정부 자신이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주무부서인 문화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를 견제(牽制)할 위치에 있는 기관들의 태만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무조정실 감사원 국회 등이 바로 그렇다. 국무조정실은 규제에 대한 부실심사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 감사원도 시민단체의 감사청구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국회 역시 제 할 일을 못한 건 매한가지다. 모두가 뭔가 문제있다는 것은 눈치챘으면서도 사태가 불거진 뒤에야 해명하기에 급급하니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는 총체적 부실행정의 표본(標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시중에는 상품권 대란설 등 온갖 루머들이 나돌면서 피해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중폭되고 있다.

정부가 정책실패를 인정한다면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런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