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인즉 로또복권의 '인생 역전!' 한달 내내 열심히 일해봐야 먹고 살기 빠듯한 이들에겐 눈이 번쩍 뜨이는 문구가 아닐 수 없었다.
정부 부처가 연합해 발행하고 당첨금 한도는 없으며 수익금은 공공기금 조성에 쓰인다는 홍보도 뒤따랐다.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벼락 맞기보다 어렵다는데도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었다.
판매액에 따라 시시각각 올라가는 당첨금 액수를 알려주는 '서비스'까지 하자 판매대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
2003년에만 당초 산정치(3340억원)의 11배가 넘는 3조8031억원어치가 팔렸다고 할 정도다.
오죽하면 뒤늦게 시스템 수수료율을 낮춘 정부가 2002년 도입 당시 수수료율 과다 책정의 책임을 물어 시스템사업자와 운영기관인 국민은행 관련자 등을 상대로 32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고 할까.
'인생 역전'이란 신기루에 그렇게까지 많은 국민들이 매달릴 줄 몰랐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도 게임산업 육성이란 이름 아래 성인오락실 운영을 쉽게 해줘 온 나라를 도박천국으로 만들더니 급기야 사행성 게임의 인허가를 둘러싸고 난리가 났다. 주택가와 농촌 구석구석을 파고들 때까지 내버려 둔 결과 생겨난 성인오락실(1만5000여개)이 전국 편의점의 1.5배나 된다는 마당이다.
도박에 빠져드는 단계는 비슷하다고 한다.
대부분 호기심으로 시작하는데 묘하게도 처음엔 따고 그러면 '별 것 아닌가보다' 내지 '운이 좋은가' 하고 덤볐다가 잃기 시작하면 약도 오르고 곧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하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로또는 1주일이나마 꿈에 젖게 하고 도박도 자기 책임하에 하는 것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박에 눈 멀면 한푼 두푼 모으는 일은 우습게 여겨지게 마련이다.
또 로또나 게임에 목을 매는 이들은 어쩌면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사람일 수 있다.
아무리 애써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 길 없어 안타까운 이들을 노름터로 내몬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