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임장은 최근 1년 새 1만개 이상 생겨났다.
하루 평균 30개씩 문을 연 셈이다.
이제 대도시에는 도박 게임장이 동네마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도심에서는 영화관 숫자보다 더 많다.
도심 거리에는 도박 게임을 권하는 안내문이 어지럽게 나뒹군다.
성인용 도박 게임장 규모는 국내 최대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4배와 맞먹는다.
강원랜드 하나 개설하고도 말이 많았는데 불과 1년 사이에 강원랜드 4개가 문을 연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도박 게임장에서 오고 간 판돈은 얼추 30조원.서울시 예산(14조5000억원)의 2배 규모다.
전국에 5000개 이상 개설된 성인 PC방을 제외하고도 이 정도다.
가히 전국이 도박장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케이드 게임장 매출은 3조7966억원.아케이드 게임장의 대부분이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 게임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도박 게임장 매출은 강원랜드 매출(8469억원)의 4배에 달한다.
게임장 '환전소'에서는 대개 판돈의 10%가량을 수수료로 뗀다.
이를 토대로 역산하면 지난해 게임장에서 오고 간 판돈은 얼추 30조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2004년까지만 해도 급속히 위축됐다.
갤러그,스트리트파이터,철권 등 주로 청소년들이 즐겼던 아케이드 게임은 온라인 게임에 밀려 잊혀져 갔다.
그런데 성인용 도박 게임장이 등장하면서 달라졌다.
지난해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4배 이상으로 폭발했다.
그 결과 강원도 정선 탄광촌에 있는 강원랜드에 가지 않고도 집 앞에서 도박을 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바다이야기는 슬롯머신과 똑같이 돌아가는 그림이 일치하면 점수를 얻는 도박 게임.2004년 경찰이 스크린 경마를 대대적으로 단속한 뒤 퍼지기 시작해 단숨에 로또,경마 열풍을 잠재웠다.
게임 방법이 간단하고 한 번에 300만원까지 딸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바다이야기가 뜨자 황금성,인어이야기,오션파라다이스 등 유사 게임장이 승률과 배당금액을 앞다퉈 높이면서 잇따라 등장했다.
이들 도박 게임장에서는 '잭팟'을 예고하는 방식을 도입해 사행심을 부추긴다.
바다이야기의 경우 게임 화면에 고래가 휘익 지나가면 곧 잭팟이 터질 것임을 의미한다.
이 고래가 한 번 지나가면 게이머는 좀체 게임장을 뜨지 못한다.
도박 게임장에서는 현금화하기도 쉽다.
게임에서 딴 경품용 상품권을 게임장에 붙어 있는 환전소에 제시하면 10%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바꿔준다.
이런 것은 모두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영등위) 심의 규정 위반이다.
그러나 영등위 심의만 통과하고 나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도박 게임 프로그램만 살짝 조작하면 예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환전소도 게임장 안에 설치하지 않고 게임장 입구 등지에 차리면 그만이다.
2004년 12월에 등장한 바다이야기는 이 같은 규제 정책의 허점을 교묘하게 역이용해 급속히 번졌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케이드 게임장은 성인용 게임장 1만3510개를 포함해 1만5094개였다.
이 가운데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 게임장이 1만1000여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관계자는 "아케이드 게임장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이익을 내기 어려워 접으려던 차에 도박 게임장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업태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