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풍에 버금가는 심각한 민심이반에 할 말을 잊은 채 당 전체가 구심점과 방향감각을 상실한 듯한 대혼돈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정동영 의장이 1일 선거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당 일각에선 "당의 간판을 내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염동연 총장은 "지금 제정신이 아닌데,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기자들의 쇄도하는 질문세례에 손사래를 쳤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 의장 후임지도체제 구성 등 사태수습방안이 논의됐으나 이견만 표출됐을 뿐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회의브리핑을 통해 "최고위원들이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최고위원들간에 의견차이가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오는 5일 오후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최종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회의에서 후임 지도체제로 '김근태 최고위원 승계'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31일 밤 김 위원과 만나 "당이 표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가 십자가를 지고 갈테니 김 위원이 당을 이끌어달라"고 의장직 승계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두관 최고위원도 "지금 당 상황이 너무 엄중한 만큼 김근태 위원이 승계해 당을 운영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힘을 실었다.
강한 반론도 나왔다.
김혁규 최고위원은 "지도부 전원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총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 방안을 제시했다.
김 위원은 "선거에 참패한 당의 지도부가 그대로 눌러 앉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과오"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근태 위원은 의장직 수용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5일까지 숙고하고 고뇌하면서 주변 의견을 듣고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김 위원 승계안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놓고 당내 이견이 표출되는 것은 당내 계파간 시각차를 반영한 것으로 향후 당 체제정비와 진로 설정을 놓고 심각한 내홍을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창·김인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