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잘 나가던 기억을 완전히 떨쳐내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행동도 실제로 그렇게 해야 성공합니다."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중소기업 경영인으로 초빙받는 일은 종종 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왕일웅 크레신산업 사장(42)은 빠른 변신과 정착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그는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대기업 홍보맨이었다. 그는 할인점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의 홍보팀 창설 멤버로 7년간 브랜드를 반석에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던 그가 '참참마루'란 바닥재를 생산하는 크레신산업의 경영을 맡게 됐다. 홍보맨에서 중견기업 CEO로의 변신은 극히 드문 케이스다.

"마흔을 넘기면서 홍보 붙박이로 남을 것인지,뭔가 변신을 도모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던 차에 크레신으로부터 '대표이사를 맡길테니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해외시장을 뚫어달라'는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왕 사장을 스카우트한 이종배 크레신 회장에게 '동업계도 아닌 유통업계에서 그것도 홍보 출신을 영입하는 드문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이랜드 삼성물산 홈플러스 등을 거치며 쌓은 영업력과 기획력이 뛰어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출중하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몇 번 만나봤는데 '이 사람이다' 싶었습니다."

중견기업의 풍토에 비춰볼 때 외부에서 바로 CEO를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 직원들의 텃세 등은 염두에 두지 않았느냐고 이 회장에게 되물었다.

"조직과의 융화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새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싶어 위험을 무릅쓰고 영입결단을 내렸지요."

지난 1월 왕 사장이 처음 부임했을 때 크레신산업 토박이 직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젊은 사장이 이리 저리 뛰다가 제 풀에 죽겠지"하는 냉소적 분위기도 느껴졌다.

150여명의 작은 조직인 데도 같은 팀이 아니면 배척하는 '칸막이 문화'도 엿보였다.

왕 사장은 배타적인 조직문화부터 타파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회사에서 사장에게 내주는 '에쿠스'차량과 기사를 마다하고 자신의 '싼타페'를 그대로 타기로 했다. 거래선 미팅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사장도 정장을 입지 않고 캐주얼한 문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어깨에 힘을 빼고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불어넣으려는 의도로 그랬습니다."

신임 사장은 간부들로 구성된 '협의결정시스템'을 만들어 사장이 독점해오던 주요 정책 결정을 공유했다. 조직 개편을 통해 관리팀 인원은 절반으로 줄이고 그 인원을 영업팀으로 돌렸다.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한 간부는 "신임사장이 오셔서 영업 중심으로 회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면서 "서서히 해보자"는 역동성이 감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왕 사장은 3월부터 해외시장 공략에 직접 나섰다. 우선 미국으로 건너갔다. 세계 3대 건자재 유통업체인 할스테드(Halstead)와 제휴,미국 건축자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할스테드를 통해 DIY(조립자재) 유통 전문 할인점인 홈데포에 납품,가정용 시장에 파고 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사무실이나 대형 점포 등 상업용 바닥재 시장은 할스테드 대리점망을 통해 공략키로 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미국시장에 크레신의 바닥재가 하나 둘 깔리고 있다. 패션거리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 5번가의 대형 선물 쇼핑점인 빌드어베어(Build A Bear)매장 1000여평에도 이 회사의 바닥재가 깔렸다. 이어 전국 40여곳의 빌드어베어 매장 바닥도 크레신 바닥재로 시공했다.

"백화점 쇼핑몰 등 미국 유통업계에 크레신 바닥재의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께에는 미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업용 바닥재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생각입니다."

왕 사장은 내수시장에서도 지난해 300억원이던 매출 규모를 2009년까지 7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DIY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국내에선 할인점이나 홈쇼핑에서 바닥재를 적극적으로 팔아줘야 한다고 유통업체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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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정착 성공하려면 …

지시만 받는 입장에서 막상 CEO로 처지가 바뀌게 되면 언행이 달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우선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환경이 바뀌면 괜히 긴장되고 흥분되는게 사실입니다.

직원들 모두 자기 자신만 쳐다보는 듯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요.

특히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고,최종 결정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므로 그 스트레스는 엄청납니다.

따라서 유연한 사고와 긍정적인 생각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재미있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산적한 일의 무게에 눌려 건강을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건강관리를 육체는 물론이고 마인드 컨트롤까지 동시에 하는게 좋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결정을 하는데 상의를 하거나 조언을 들을 곳이 많지않기때문에 외롭습니다만 이를 즐길줄도 알아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