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인플레 우려가 증시를 강타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해외 주요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증시 자체의 등락이 아니라 그 근저에 있는 불안감이다. 특히 인플레 공포, 금리 인상,달러화 약세 등 세계 금융시장은 복합적인 혼란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경제 환경의 변동성(變動性)이 그만큼 커지고 있고 따라서 그 연쇄적인 파장이 어디로 이어질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정말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상회했다는 점이 곧바로 증시에 타격을 준 것은 달리 말하면 인플레에 대한 우려,그리고 이로 인한 금리 상승,경기둔화 등에 대한 시장의 내재된 불안감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상황이 쉽사리 반전될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가 원자재값 급등의 여파가 시작되고 있다고 보면 미국 소비자물가는 단지 전주곡에 불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에너지·자원 파동(波動)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다. 불안한 중동,자원확보에 혈안인 중국,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중남미 등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물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각국 통화당국으로선 당연히 금리인상의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주식,부동산시장 등의 급격한 붕괴가 초래할 악영향을 생각지 않을 수 없고 보면 시장의 불안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화 약세도 마찬가지다. 달러화의 추가 하락 위험은 여전히 국제경제의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GDP의 6%에 달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저축과 소비의 불균형 등으로 인한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이 완만하게 조정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서로 네탓으로 돌리다가 세계경제가 경착륙을 하게 된다면 그 타격은 클 것이다.

에너지와 원자재를 수입해서 무역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로서는 국제경제의 불안은 이만저만 걱정되는 게 아니다. 일부에서 고유가와 원화강세가 경상수지에는 마이너스 효과가 있어도 인플레에는 서로 상쇄(相殺)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만 경상수지는 물론 성장과 인플레 모두 기대를 벗어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정책당국이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