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난치병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이 분야에서 이뤄낸 업적을 황우석 박사 사태로 인해 무너뜨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UCSD)와 국내 기술 경영 컨설팅업체인 기술과가치 공동 주최로 최근 UCSD에서 열린 '테크노클러스터 프로그램'에서 만난 줄기세포 전문가 래리 골드스타인 UCSD 교수의 말이다.

"황 박사 사태 이후 한국은 복제배아 줄기세포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고 연구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기자의 언급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복제배아 줄기세포가 당장 언제 상용화된다고 예측할 수는 없다"면서도 "치매,루게릭병 등 뇌신경질환 치료에 특히 큰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이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스타인 교수는 "황 박사가 논문을 조작했다고 해서 한국 줄기세포 연구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만큼 한국은 조속히 연구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지적과는 달리 한국은 아직도 황 박사 사태의 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열린 세계 최초의 복제개 '스너피'의 첫돌 잔치에서 연구팀 관계자들은 줄기세포 연구를 지속하는데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위의 불신과 정부의 연구비 삭감 등으로 예전 같았으면 진작에 나왔을 성과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물론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황 박사와 함께 연구를 진행해 왔던 연구팀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룬 연구성과를 아무 대안도 없이 방치한다면 점차 거세져가는 세계 줄기세포 연구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빠르면 이달 발표할 예정인 '범부처 줄기세포연구 종합추진계획'에 과학기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5년까지 현재 6~7위 수준인 한국의 줄기세포 분야 경쟁력을 세계 3위로 끌어올린다는 이 야심찬 계획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샌디에이고=임도원 과학기술부 기자 van7691@hankyung.com